밥 딜런(76)이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첫 신작인 ‘Triplicate’(13일 국내 발매·소니뮤직)를 내놨다.
‘Triplicate’는 딜런의 정규 38집이자 그의 첫 세 장짜리 정규 앨범이다. 두 개의 전작 ‘Shadows in the Night’(2015년), ‘Fallen Angels’(2016년)가 그랬듯 그는 이번에도 신곡을 발표하는 대신 ‘My One and Only Love’ ‘As Time Goes By’ ‘Stardust’ 같은 30개의 미국 고전 명곡을 재해석했다. 리메이크 시리즈의 결정판 격이다.
물샐틈없는 음반이다. 한마디로 딜런 특유의 카리스마 있는 가창과 훌륭한 연주가 꽉 차 있다. 어떤 오디오나 스피커로도 진가를 발휘할 만큼 잘 편곡되고 잘 녹음됐다. 다소 경쾌한 스윙 리듬도 종종 나오지만 느린 템포의 발라드가 다수를 구성한다. 특히나 침대에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고품질 음반이다.
각 CD는 10곡, 약 32분 분량으로 균질하게 나뉘어 있다. 딜런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유명 음악작가 빌 플래너건과의 인터뷰에서 “한 면에 15분 분량이 담겼을 때 LP레코드가 가장 힘찬 음량을 발휘하는 데 착안했다. 종전의 내 노래는 너무 길어 LP란 형식에 잘 맞지 않았다”고 했다. 정가는 CD가 3만2000원, LP가 6만3000원대로 두 장 가격에 가깝다. CD마다 ‘‘Til The Sun Goes Down’ ‘Devil Dolls’ ‘Comin’ Home Late’란 부제가 달려 느슨한 서사를 이룬다.
딜런은 “아이스킬로스, 오레스테이아의 그리스 희곡을 떠올리며 미리 3부작의 제목을 정한 뒤 제작을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딜런 밴드의 연주가 천의무봉(天衣無縫)이다. 특히 도니 헤론의 페달스틸 기타 연주가 음반 전체를 장악한다. 때로는 현악단, 때로는 교회 오르간, 때로는 아코디언 같은 역할을 하면서 전체의 분위기를 끌고 간다. 토니 가니어의 활로 연주하는 베이스, 세월의 지층에 빗살무늬를 새기는 듯한 조지 리슬리의 브러시 드럼 연주가 톱니처럼 맞아떨어진다. 간혹 관악단도 끼어드는데 느린 물살 같은 흐름에서도 전체의 합이 정교해 라이브 방식으로 녹음됐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 정도다.
훌륭한 가창과 연주에도 불구하고 레너드 코언(1934∼2016)과 데이비드 보위(1947∼2016)가 임종 직전까지 새로운 창작에 몰두한 것과 비교하면 아쉽다. 해외 평단은 대체로 극찬하는 분위기다. 다만 영국의 텔레그래프지는 “딜런은 감미로운 노래를 멈추고 다시 자기 노래를 쓰라”고 꼬집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는 딜런의 말과 달리 음악 자체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난다. 지겨운 캐럴 대신 올 성탄절 스피커를 울릴 음반이다. 너무 달고 졸리거나, 우아하며 꿈결 같거나. 확실한 건 소주잔이나 생맥주잔 말고 와인잔을 준비하는 게 나을 거라는 것. 당신의 게으른 고양이가 좋아할 거라는 것. ♥♥♥♥(7.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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