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로션조차 귀찮다고 안바르던 ‘싸나이들’, 성형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얼굴을 찌푸리던 ‘아버지들’ 조차 거울속 주름을 보며 보톡스, 필러의 ‘신세계’를 슬며시 곁눈질한다.
‘해보곤 싶은데, 너무 티나지 않을까’ ‘나중에 얼굴에 약물이 남아서 흉물스러워지는건 아닐까’ ‘왜 병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일까’….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궁금증은 꼬리를 문다.
보톡스나 필러는 ‘프티성형’에 해당한다. 쌍꺼풀 수술을 할 때 피부를 절개해 봉합하는 것을 일반적인 성형수술이라고 한다면 프티성형은 피부절개 없이 봉합하는 시술이다. 프티는 작다는 뜻의 프랑스어. 보톡스는 프티성형 시대를 연 획기적인 약물이다. 수술로만 가능했던 주름 개선을 주사로 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 또 보톡스보다 효과가 오래 가서 인기가 높아진 필러는 간단하게 얼굴 주름을 채워주고 꺼진 부위의 볼륨을 살려주는 주사제로 인기다. 하지만 제대로 알고 시술을 받지 않으면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으로 고생한다. 보톡스와 필러의 허와 실을 자세히 알아보자. 보톡스
1978년 사시 치료제로 개발된 보톡스는 2002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미간주름 치료제도 승인하면서 그 존재를 널리 알렸다. 주름이 질병으로 규정되고 이를 치료하는 제품이 승인되었다는 점에서 1998년 비아그라 승인과 맞먹는 사건이었다.
보톡스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이라는 혐기성 세균이 생산하는 신경독소 물질인 보툴리눔 독소로 신경을 차단해 근육의 마비와 위축을 가져오는 원리로 주름을 개선한다. 세계적으로 출시된 보톡스 제제는 보톡스(알러간), 디스포트(입센), 제오민(머츠), BTXA(란조우생물연구소), 메디톡신(메디톡스), 보툴렉스(휴젤), 나보타(대웅제약) 등이 있다. 이중 3개 제품이 한국제품이다.
보톡스도 자주 맞으면 내성이 생겨 점점 더 용량을 늘려야 하고 치료기간도 짧아지는데 이러한 내성을 줄이기 위해 2000년 이후로는 단백질 함량을 낮추면서도 동일한 효과를 내는 제품들이 쏟아졌다. 최근엔 보톡스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도 출시되고 있다.
보톡스는 가는 주사침으로 주입하므로 얼굴에 흉터가 생기지 않는다. 시술때 통증은 따끔거리는 정도다. 바로 샤워가 가능해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게 큰 장점. 보통 3분 정도면 시술이 끝나고, 효과는 1주일 후부터 나타난다. 시술 한 달 뒤 최대효과를 보이며 6개월 정도면 효과가 떨어지고 근육의 기능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이는 단점일수도 있지만 시술이 잘못됐을 경우 경한 부작용이라면 대부분 시간이 해결해주기 때문에 장점이기도 하다. 주입된 약물은 체내에서 분해되므로 10년, 20년후에 체내에 남은 약물로 얼굴이 푸르뎅뎅해지는 따위의 부작용은 걱정안해도 된다.
보톡스의 가장 흔한 부작용이 이마와 미간 주위 보톡스를 맞고 눈썹하수가 생기는 것. 100명 중 5명 정도 발생한다. 이는 유일하게 이마를 드는 근육인 전두근 하부를 과하게 마비시켜서 발생한 것이다. 눈을 뜰 때 이마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보톡스를 맞은 후 눈썹 하수가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꼭 확인을 해야 된다.
또 눈꺼풀이 내려가는 안검하수는 50, 60대에서도 많이 생기는 편이다. 대개 시술자의 숙련도와 관련이 있다. 눈은 특히 중요한 곳이므로 꼭 숙련된 의사에게 시술 받는 것이 좋다.
반재상 바노바기 성형외과 원장은 “보톡스는 주입하는 양과 주입 부위를 잘 조절해야 하는데 한번에 많은 양을 주입할 경우, 얼굴 근육에 지나친 마비가 오거나 의도하지 않은 부위의 근육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돼 어색한 인상이 된다”면서 “보톡스도 일종의 독소인 만큼 정확한 용량과 알맞은 부위에 적절하게 시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모델로 피부과 서구일 원장은 “동양인들은 서양인에 비해 표정근육을 약 30%정도 덜 사용하므로 서양인보다 보톡스 용량을 줄여서 사용해야한다”면서 “주름을 완전히 없애는 시술 보다는 주름을 예방하고 자연스러운 표정을 시술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근엔 ‘불사용 근퇴축(마비시킨 근육은 줄어드는 것)’ 원리를 이용해 사각턱보톡스, 관자근보톡스, 침샘보톡스 등으로 얼굴 윤곽을 갸름하게 하는 안면윤곽보톡스가 인기다. 이외에 같은 원리로 종아리 알통을 줄여주는 종아리보톡스, 발달된 목 옆의 승모근을 줄여서 어깨-목선을 갸날프게 하는 승모근보톡스 등 바디톡신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되어 전 세계로 퍼져가고 있다. 사각턱 시술의 경우 정확한 진단 뒤에 시술 하는 것이 좋다. 즉 턱의 근육만 크다면 보톡스 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하악골 즉 뼈가 큰 경우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즉 이를 앙 다물면서 턱의 각진 부분 근처에서 근육이 많이 튀어나오는 사람은 보톡스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보톡스 1회에 O만원이다’라고 해서 싸다고 그 병원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보톡스는 부위의 근육량과 기능마다 놓아야 하는 양이 다르다. 일부 개원가에서 과하게 희석해서 쓰는 경우도 있다. 환자는 부위 당 용량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 모르는데다가 약품이 투명하기 때문에 알 길이 없다. 지나치게 싸다는 인터넷 전면 광고에만 현혹된다면 비용에 비해 충분치 못한 시술을 받을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환자 눈앞에서 병을 까서 보여주는 곳은 적절한 용량을 쓰는지 여부를 알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2000년 서울대 의대 졸업, 통합의학 박사 겸 의사. 2001년부터 동아일보 기자로 의학 건강 분야의 수많은 단독기사와 심층 해설 기사를 써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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