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에 한 번쯤은, 이런 길을 걸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나를 찾는 길’(김광수·처음북스·2017년) 》
“요즘 행복하니?”
이런 질문을 받고 바로 “그렇다”고 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도 대다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한참을 고민할 것이다. 대충 얼버무리고 쓸데없는 질문을 한다며 되레 핀잔을 줄지도 모른다. 현대인이 쉽게 “행복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쳇바퀴 같은 일상이 답답해서일 수 있고, 어깨에 진 짐이 너무 무거워서일 수도 있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나를 찾는 길’의 저자 김광수 씨도 행복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들과 비슷한 처지였다. 7년간의 직장생활은 아무런 생각 없이 앞만 보며 달려온 시간이었다. 직장 잘 다니는 아들, 일 잘하는 직원이 되려고 노력했지만 그의 삶에 정작 자신이 바라는 ‘무엇’은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넌 지금 행복하니?”라는 친구의 물음에 즉답을 하지 못했다.
고민하던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찾았다.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미국 서부를 종단하는 4300km의 길고긴 산길을 걸으며 행복에 관한 답을 스스로 묻고 또 물었다. 배낭을 메고 5개월간 걷고 또 걸으면서 김 씨가 얻은 해답은 의외로 가까이 있었다.
고통스러운 산길 여정은 잊고 있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했다. 현재의 순간에 만족한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며 앞으로의 삶을 꾸려갈 원동력이라는 것을. 그는 이 경험을 빠짐없이 기록해 책으로 펴냈다.
누군가는 그렇게 단순한 답을 얻기 위해 너무나 많은 길을 돌아온 게 아니냐고 어리석음을 탓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도전하고 부딪친 끝에 얻은 답이니 부끄럽진 않을 것이다.
저자는 “행복하니?”라는 질문에 쉽게 답을 못 하겠다면 몰두할 거리를 찾아보라고 권한다. 도전하고 부딪치며 흥미를 붙일 일이라면 뭐든 괜찮다. 꼭 사표를 낼 필요도 없다. ‘…때문에’라는 핑계만 버리면 된다. 빈둥대며 보냈던 주말에 뭔가 몰두하며 부지런하게 보내는 것만으로도 행복의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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