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마 9단 입장에선 특별히 잘못 둔 곳이 없는데도 스르륵 밀려 버렸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딱히 패착이라고 할 만한 수도 없었다. 오히려 초반에는 기분 좋은 흐름이었다. 좌하 전투에서 흑 모양을 참고 1도처럼 포도송이로 만든 것. 전형적인 비능률의 상징인 포도송이가 나왔다는 것만 해도 이야마 9단이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흑 69의 삭감에 백 70으로 치열한 육박전이 벌어졌는데, 백 84까지 서로 타협했을 때는 어느덧 흑이 좋아졌다. 그렇다면 백 70 대신 다른 식으로 뒀어야 하는 것일까. 인간의 지략으로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 바둑이 나중에 주목을 받은 건 참고 2도 흑 1(실전 99)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두지 않는 수여서 알파고의 깊은 뜻이 있나 싶었지만 알파고의 수를 옮기던 인간의 실수였다. 알파고는 ‘가’에 두려고 했다. 어이없는 해프닝 속에서도 승리를 차지한 알파고가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50 67=22, 51=36. 135수 끝 흑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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