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지저분해 보이는 신발, 廢소재로 만든 업사이클 제품들
편안한 매력에 예술적 가치 더해
“누가 입다 버린 걸 왜 입니?”
지저분한 데다 낡기까지 했다. 중고품이라는 소리를 듣기 쉽지만 엄연히 신상품이다.
요즘 ‘중고품 같은 신상품’, 즉 ‘쓰레기 패션’이 인기다.
청바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같은 제품이라도 해지거나 찢어진 청바지가 더 비싼 경우가 많다. 신발도 밟히면 더러워질까 싶어 조심스럽게 신었지만, 최근에는 신상품이면서도 지저분해 보이는 신발이 유행이다. 이탈리아의 ‘골든구스’ 스니커즈는 찢어지고 얼룩이 묻어 있어 누가 봐도 중고 신발이라 생각하기 쉽다. 낡아서 버려야 할 것 같은 외관에도 백화점에서 40만∼70만 원에 팔린다. 패션을 좀 안다는 사람들이라면 한두 켤레 갖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빈곤을 패션 스타일로 표현했다며 가난한 사람들을 모욕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연예인과 젊은층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 김정아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신경 써서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장점이고 오래돼 보이는 데서 오는 편안함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버려지거나 낡아버린 소재들을 재활용하는 ‘업사이클’이 접목되면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업사이클은 오래된 재고 상품이나 낡아서 쓸 수 없는 제품 등을 가공해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과 용도의 제품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가 ‘프라이타크(Freitag)’다. 프라이타크는 트럭 덮개, 버려진 자전거 튜브, 카시트 벨트 등을 재활용해 가방을 만든다. 10만∼60만 원까지 하는 ‘쓰레기 가방’은 환경 친화적 가치에다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매년 전 세계에서 20만 개 이상 팔린다.
3년 이상 지난 이월상품으로 옷을 만드는 코오롱 FnC의 ‘레;코드(RE;CODE)’, 2030년까지 재활용과 지속 가능한 소재만으로 옷을 만들겠다는 글로벌 브랜드 ‘H&M’ 등 많은 브랜드들이 중고품 같은 신상품 대열에 뛰어들었다.
패션 디자이너들도 낡고 해진 패션에 주목하고 있다. 게리 하비는 버려진 청바지, 신문, 트렌치코트 등으로 드레스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20여 년 전 새로운 천을 살 여유가 없어 이런 작업을 시작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패션디자이너인 랠프 로런의 조카인 그레그 로런은 폐기된 군복, 가방, 텐트 등을 활용해 옷을 만든다. 다 해진 것 같은 그의 옷은 수백만 원에 팔리고 있다. 로런은 “누군가의 기준으로는 누더기 같은 옷일지 몰라도 다른 누군가의 기준으로는 예술”이라고 말했다.
쓰레기 패션이 뜨는 것은 소비자의 욕구와 사회적 가치가 맞물린 결과다. 패션 디자이너 허환은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제품을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최근 환경 문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입고 신는 것부터 바꿔 나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쓰레기 패션 인기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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