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민경 씨(33)는 연극 ‘유도소년’을 지난달 29일 집에서 봤다. 한 인터넷 포털에서 당일 전막 공연을 생중계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배우의 표정이 생생하게 보이고 관객의 웃음소리도 들려 현장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본 주여원 씨(42)도 “7시간짜리 대작을 수월하게 볼 수 있어 반가웠다”고 말했다.
연극, 뮤지컬 등 공연을 집에서 즐기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 하이라이트 장면이 아니라 공연 전체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거나 TV로 보여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 관객 확보 효과 쏠쏠
올해 연극 ‘유도소년’과 ‘왕위 주장자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신인류의 백분토론’을 비롯해 판소리와 무용을 결합한 ‘적벽’ 등도 인터넷을 통해 전막 생중계됐다. 뮤지컬 ‘오! 캐롤’은 이달 초 지상파 TV에서 1막, 2막이 두 차례에 걸쳐 방송됐다. 카메라를 4∼7대가량 사용해 여러 각도에서 무대와 배우를 보여줘 영상으로 봐도 지루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저작권 보호 때문에 다시보기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실황 중계는 공연을 알리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반응이다. ‘유도소년’은 9000명 넘게 중계를 봤는데, 다음 날 한 포털 사이트에서 공연 검색어 순위가 6위에서 2위로 뛰었다. 19만 뷰가 나온 ‘적벽’은 공연이 중계되는 70분 동안 예매된 표가, 평소 나흘에 걸쳐 판매된 분량과 같았다. 1만3500여 명이 접속한 ‘왕위…’ 역시 중계하는 동안 예매율이 상승했다. ‘오! 캐롤’ 관람객 가운데서도 방송을 보고 왔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세종문화회관은 페이스북 라이브로 서울시 유스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실황 중계했다. 뮤지컬 ‘밀사’도 다음 달 23일 중계한다. 손상원 정동극장장은 “전통 공연은 직접 봐야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경북 경주시에서 공연 중인 쇼퍼포먼스 ‘바실라’도 27일 생중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영상물로 만들어야”
공연 실황 중계는 댓글을 통해 관객의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관객을 늘리는데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오정화 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장은 “연극을 처음 봤다며 관심을 보이는 댓글을 올린 이들이 적지 않았다”며 “공연은 한 번 경험하면 계속 보러 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객층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공연이 여러 매체와 결합해 외연을 확장하려는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보관 가능한 기록물로 남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영국 국립극장이 공연을 영상물로 만든 ‘NT 라이브’가 전 세계에서 상영되는 등 해외에서는 공연을 DVD로 제작하는 것이 활성화돼 있다”며 “국내 공연도 영상물로 만들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공연을 즐기고, 제작자들도 못 본 작품을 보고 경험을 축적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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