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개와 달라 ‘예절교육’을 하기가 어렵다. 러시아의 고양이 서커스는 특별한 경우이고 보통은 인간에게 지배되지 않는다. 고양이는 제멋대로이고, 애교가 많은 것도 아닌 게 좋다는 고양이 팬도 많다. 그럼에도 고양이를 집에서 기르는 이상은 화장실이나 손톱 갈기 등 생활 속의 룰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다행히 비비와 하루는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것을 실수한 적은 없다. 그건 수양부모회에서 받은 ‘고양이 모래(猫砂)’ 덕분일지 모른다. 고양이는 자신의 냄새가 나는 곳에서 배설을 하는 습관이 있다. 양도받을 당시 고양이가 소변을 본 고양이모래를 조금 받았다. 그것을 화장실의 고양이모래에 섞어 두면 항상 그곳에서 볼일을 봤다.
비비는 우리가 4번이나 이사를 하고, 화장실이 새로워져도 이 방법으로 한번도 실수를 하지 않았다. 고양이는 청결한 편이어서 화장실도 항상 깔끔하다. 우리집은 고양이가 2마리여서 화장실도 2개를 마련했다. 이상한 것은 때때로 상대방의 화장실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아마 서로 자신의 화장실이 어느 쪽일지는 냄새로 인식하고 있겠지만, 자신의 존재를 상대에게 더 알리고 싶은 마음 때문일지 모른다. 아니면 자신이 한수 위라고 과시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가끔 이런 행동을 왜 하는지를 비비와 하루에게 물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고양이가 주인을 가장 괴롭히는 건 ‘손톱 갈기’다. 임대 주택에 살 때는 주위 사람들이 뭐라고 하지는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할 때가 적지 않다. 손톱 갈기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나 기분 전환을 할 때 나오는 행동이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은 뒤 거기에서 집중적으로 행동한다. 날카로운 손톱으로 벽이나 소파를 긁는다. 내버려두면 벽지나 소파가 너덜너덜해지기도 한다.
비비의 경우 싸구려 소파가 표적이었다. 기르기 시작했을 때는 무엇을 해도 귀여워서 소파로 손톱 갈기를 해도 강하게 꾸짖지 않았다. 소파 헝겊은 엉망진창이 됐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내가 화를 내도 소용이 없다. 지금까지 비비의 행동을 간과해 왔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싫어하는 감귤(柑橘)같은 향기가 나는 스프레이를 소파에 뿌리기도 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특히 비비는 소파의 모서리에서 손톱 가는 것을 좋아했다. 1곳은 소파 안쪽 솜이 보일 만큼 당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 끝에 소파 모서리에 막대(폴)를 둬 보았다. 비비는 처음에는 막대를 거추장스럽게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그 막대에서 손톱을 갈았다. 안솜이 드러난 모서리에는 테이프를 붙여놓았다. 테이프는 고양이 손톱이 잘 들어가지 않고 미끄럽기 때문이다. 보기에는 좋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그 후 시중에서 판매하는 고양이용 손톱 갈기를 구입해 집안 몇 군데에 놓아두었다. 비비는 그 곳에서 손톱 갈기를 하게 됐다. 이미 늦긴 했지만 그나마 대처를 하게 된 셈이다. 친구 집에선 벽에 손톱 갈이를 막기 위한 비닐 시트 같은 것을 붙여놓고 있었다. 인간이 하면 문제적인 행동으로 보이지만 고양이에게는 본능이거나 놀이인 것도 있다. 고양이의 습성을 알면 어떻게든 대처할 수 있다. 인간의 아기가 기어가는 건 뭔가 흥미를 느낀 것을 향하는 것이다.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무엇이든 장난감으로 삼는다. 티슈 상자에서 몇 장의 티슈를 던지거나 빈 상자를 놓아두면 그곳으로 들어가 논다.
어린이처럼 주인이 조심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도 있다. 하루는 고무밴드를 좋아했다. 놀고 있는 동안 밴드가 입에 걸려 발버둥치고 있을 때가 있었다. 그 외에도 휴대폰의 충전 코드를 씹어 사용할 수 없게 만들기도 했다. 콘센트에 연결하지 않았기에 다행이지, 운이 나빴다면 감전될 위험도 있었다. 고양이는 어렸을 때는 사람들과 정말 잘 어울린다. 강아지 풀 등 장난감으로 놀아 주면 서로 즐겁다. 하지만 몸집이 커지면 장난감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것 역시 인간과 고양이가 닮은 점 아닐까.
▼ 필자 카이세 히로미 씨는? 2012~2015년 서울 거주. 연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뒤 궁중 요리를 배우는 등 한국 문화를 좋아했다. 집에서 비비와 하루 두 고양이와 지낼 때가 최고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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