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궁시렁궁시렁]클래식 공연 중 ‘아리랑’ ‘새야 새야’ 떼창 부른 사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4일 13시 37분


클래식 공연장에서 관객이 노래를 다 함께 부르는 ‘떼창’이 벌어졌습니다.

21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가브리엘라 몬테로의 공연. 베네수엘라 출신인 그는 1부에서 브람스 인터메초와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별다를 것 없는 클래식 공연이었죠.

2부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피아노 앞에 앉은 그는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50여 분간 즉흥연주를 들려주겠다고 말했죠. 그리고 객석을 향해 신청곡을 받았습니다. 한 남성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 있어. 그리고 내 곁에는 니가 있어”를 불렀습니다. 듀스의 ‘여름 안에서’라는 곡입니다. 몬테로는 즉각 피아노로 똑같은 음을 몇 소절 연주하며 “이 음이 맞느냐?”라며 물었습니다. 10여 분간 몬테로는 듀스의 ‘여름 안에서’를 바흐풍의 클래식 음악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물론 관객들은 연주 뒤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몬테로는 1985년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관객에게 즉석에서 요청받은 멜로디로 즉흥으로 곡을 만들어 연주하는 것으로 더 잘 알려져 있죠. 몬테로는 “누군가 휴대전화 벨 소리를 건네준 적도 있어요. 그리고 그것이 바흐 풍으로 태어났죠. 어느 때는 하키 주제가가 코랄이나 프렐류드, 푸가가 되기도 해요. 관객들은 사소한 멜로디가 거대한 작품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놀라움의 웃음을 들으면 나도 같이 미소 짓게 됩니다”고 말했습니다.

연주가 끝난 뒤 다시 신청곡을 받았습니다. 프랑스 출신 작곡가 겸 지휘자인 폴 모리아와 그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버전으로 유명한 ‘러브 이스 블루(Love is blue)’와 생일 축하 노래가 클래식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몬테로는 관객이 모두 알고 있는 유명한 곡을 신청곡으로 받기를 원했습니다. 아마 관객 모두가 자신이 아는 곡이 어떻게 클래식 곡으로 만들어지는지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아리랑’과 ‘새야 새야 파랑새야’였습니다. 곡을 신청한 관객이 몇 소절을 부르자 관객 대부분이 ‘아리랑’과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따라 불렀습니다. 대중음악 콘서트 장에서나 나올법한 관객의 ‘떼창’이 클래식 공연장에서 벌어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재미있는지 관객들도 여기저기서 웃음보를 터뜨렸습니다.

몬테로는 두 곡에 대해 “매우 아름다운 곡”이라고 한 뒤 클래식으로 변주했습니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는 경쾌한 느낌으로, ‘아리랑’은 서정적인 클래식 곡으로 만들어졌습니다. 4곡의 신청곡을 모두 끝낸 뒤 몬테로는 전쟁으로 인해 고통 받는 고국을 위해서 작곡한다면서 ‘베네수엘라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작품을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객석에서는 기립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몬테로는 몇 차례 커튼콜 뒤 앙코르 곡으로 다시 신청곡을 받았습니다.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신청곡으로 받은 뒤 스페인 풍으로 다시 만들어 들려줬습니다.

오랜만에 관객과 연주자가 서로 소통하면서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느낌을 받은 공연이었습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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