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활절은 지난 16일이었죠. ‘춘분이 지난 첫 음력 보름달 직후의 일요일’이라는 복잡한 규정 때문에 매년 날짜가 다르지만, 대체로 부활절은 꽃이 처음 피는 아름다운 계절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부활절이면 기억나는 오페라도 있습니다.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입니다.
지난겨울, 이 오페라의 무대인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햇살이 쏟아지는 들판을 차로 달리며 이 오페라를 들었습니다. 지난 주말 서울에서 맛본 환한 햇빛보다 1.5배쯤 강렬한 햇살이었습니다. 오페라 시작부터 고요한 멜로디가 깔리다가는 느닷없이 모든 악기가 강한 포르테(최강주)를 쏟아내다가 잠잠해지기를 거듭했습니다. 운전자 옆에서 볼륨을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왜 이렇게 조용했다 시끄러웠다 하죠?” 동행인이 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고요함과 광폭함의 선명한 대비는 이 오페라의 특징이자 힘입니다. 마치 시칠리아의 찬란한 태양과 그늘의 대비와도 같게 느껴집니다.
줄거리는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 같습니다. 뜨겁게 사랑하던 두 사람. 남자가 군대에 가자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해버린 여자. 남자에게는 새 여인이 생겼지만 제대 뒤 다시 가까워진 옛 연인들. 쌓여가는 질투. 갈등과 절규의 사이사이 부활절을 상징하는 경건하고도 평화로운 멜로디들이 가슴을 헤집습니다.
“왜 하필 부활절일까요?” 다시 질문이 들어옵니다. 잔인함과 거룩함의 선연한 대비를 주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유럽 시골에 사람들이 가득 모이는 곳이 부활절 교회 앞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한 마을 사람들은 다 가족으로 여기는 친밀한 전통사회가 배경이기에 마지막의 살인극은 더욱 충격적입니다. 무대 위에 직접 그려지지는 않지만.
솔오페라단이 다음 달 26∼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이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를 무대에 올립니다. 둘 다 짧은 오페라이고 작곡 시대도 비슷하며 줄거리에도 공통점이 있어 자주 함께 공연되는 작품들입니다. 한 달 앞서 이달 27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는 ‘금난새의 오페라이야기―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가 성남시립교향악단과 성악가들이 참여하는 해설음악회 형식으로 공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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