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주부 이숙자 씨(60)는 최근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좋지 않은 기억을 안고 돌아왔다. 제주도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서 일부러 여행사에서 가이드 동반 상품을 구매했었다. 하지만 일행을 인솔한 50대 여성 가이드는 제주도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주도 지명의 유래 등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이 일반적 상식과 너무 달랐다. 이 씨는 “궁금한 점이 있어 가이드에게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을 못했고, 가이드는 미리 쓰인 대본만 외워서 읊는 앵무새 같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직장인 송하영 씨(26)는 올여름 친구들과 휴가 기간을 맞춰 국내로 여행을 갈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걱정이 앞선다. 운전면허가 없어 차를 빌리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그렇다고 고속철도(KTX) 등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자니 지방 구석구석까지 가보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처럼 국내 관광지를 소개해 줄 상품을 찾아봤지만 마땅치 않았다. 송 씨는 “국내 여행도 해외여행처럼 제대로 된 관광 코스와 해설을 갖춘 전담 여행사가 있다면 부담 없이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국토 곳곳의 관광 콘텐츠를 국민에게 소개할 수 있는 ‘지방 전담 여행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국내에 지방 전담 여행사 관련 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축제를 여는 특정 시기에 전담 여행사를 지정해 지역 홍보를 해 왔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단발성으로 끝나 여행사의 전문성을 기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전담 여행사를 육성할 지원책도 미비했다. 구정환 한국여행업협회 과장은 “지금까지 지자체는 축제 기간에 한해 관광객을 가장 많이 모아온 여행사에 상금을 지원하는 정도의 일회성 정책을 펼쳐왔다”며 “차량이나 입장권 등 지역 관광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여행사가 해당 지역의 관광 콘텐츠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승용차가 없는 사람도 전담 여행사의 국내 여행 상품을 통해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여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 관광은 인프라와 시스템 부족으로 승용차가 없으면 관광할 수 없는 구조로 굳어졌다”며 “전담 여행사 이용이 활성화돼 있는 해외여행처럼 국내 여행도 해당 관광 코스에 정통한 가이드를 갖추는 등 지역 안내 체계를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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