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표지엔 이런 문장들이 적혀 있다. ‘노자를 읽지 마라’ ‘손자병법을 읽지 마라’ ‘수호전을 읽지 마라’ ‘주역을 읽지 마라’…. 이른바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목록’으로 꼽히는 고전들이다.
그런데 이런 책들을 읽지 말라니?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읽지 말라’는 말 앞에 단서를 단다. ‘이렇게 읽을 거면’. 저자는 이 책이 설득도, 권유도, 방해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서 “고전을 대하는 일부 독서방식과 태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령 손자병법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손자병법은 훌륭한 전쟁 교재다. 하지만 왜 손자병법을 읽지 말아야 하는가? 읽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모든 사람이 병법가다.” 굳이 전쟁 교재를 읽지 않아도 모든 사람이 남을 괴롭게 하는 갖가지 지혜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노자는 어떨까. 저자는 노자가 문명에서 후퇴하고 욕망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후세 사람들이 그의 주장을 게으름의 구실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후세 사람들은 자신의 지혜를 계발하는 데 노자의 지혜를 이용하지 않고 자신의 나태함을 변호하는 데 노자의 논리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논어에 대한 비판도 파격적이다. 심지어 명료한 삶의 방식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논어에서 아무런 답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논어를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적합한 독서법임을 저자는 암시한다. 이렇게 화석화한 해석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에서 고전을 보기를 바라는 의도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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