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워크 강조 활동.’ 참 좋은 의미가 있지만 이 단어를 들을 때마다 나는 갑자기 배가 아파 온다. 사실 이 활동의 다른 이름은 회식이다. 현재 나는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을 다니고 있으며 겨울 방학 때 잠시 한국 회사에서 인턴십을 했다. 그때 팀워크 강조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많았다. 사실 기회라기보다는 의무에 가까웠다. 여하튼 회식에서 동료들과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것 자체는 매우 좋았으나 다음 날 아침이 너무 힘들었다.
‘해장국.’ 술에 관련된 단어라서 다소 안 좋은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친근감 있는 단어 중 하나다. 팀워크 강조 활동을 열심히 할 때마다 다음 날 점심에 동료들과 같이 해장국을 먹으러 갔다. 회사 주변에 있는 갈비탕 집에 가거나 저렴한 중국요리 집에 가서 속을 풀었다. 매번 뜨거운 탕을 든든하게 먹으면 신기하게 힘이 돌아왔다.
그런데 해장국을 먹을 때마다 사람들은 매번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해온다. “토머스, 미국에서는 어떻게 해장을 해?” 즉, 숙취 해소 비법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 나는 이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찾기가 힘들다. 한국에 살면서 가장 자주 쓰는 말인 “모르겠어요”가 나의 최선의 대답이다. “미국에는 해장국 같은 게 없어요. 사람마다 자기에게 맞는 방법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동료들은 미국에 대해 더 알기 위해 질문하는 것이겠지만 전반적으로 미국 생활에 대한 질문들은 답하기 매우 어렵다. 미국 사람들의 배경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미국 시민이라는 것만으로 일관되게 유추할 수 있는 개인의 정체성은 비교적 적다. 일부 사람들은 자기가 자란 도시에 의해 정체성이 결정된다. 또한 일부 다른 사람들은 민족 유산, 또는 종교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어떻게 해장하냐”고 내게 물어볼 때마다 당황스럽다. 나는 어렸을 때 한 집에서 가장 오래 살았던 게 겨우 4년 정도이고 내 가족은 종교도, 특별한 문화적 전통도 없다. 그래서 나의 미국은 다른 사람의 미국과는 완전히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사람이 이런 일반적인 질문을 하는 이유가 있다고 본다. 한국은 미국보다 통일된 문화를 추구하는 편이다. 내가 한국에서 살았던 2년 동안 이런 한국 사람의 성향을 많이 경험할 수 있었다. ‘숙취엔 해장국’, ‘비 오는 날엔 파전과 막걸리’ 같은 음식문화도 있고, 설날이나 추석을 보내는 방식도 가족마다 비슷하다.
물론 한국도 미국과 비슷한 면이 있다. 내가 1년 동안 살았던 경주에서는 사투리를 쓴다. 제주도는 더욱더 알아듣기 어려운 사투리를 쓴다고 들었다. 종교도 다양하고 정치적 견해도 다르다. 다만, 전체적으로 한국은 통일된 문화를 중시하기 때문에 더 단일국가라고 느끼게 된다.
내가 한국에 온 목적 가운데 하나는 한국 문화를 더 깊게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경험하고 싶다. 내가 말하는 경험은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고 사진 찍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재미있긴 하지만 조금 피상적이지 않을까. 차라리 한국 사람의 일상생활에 가깝게 파고들어 경험을 얻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지난 학기에 우리 학급은 MT를 갔다. 대학 생활의 귀중한 경험 중 하나인 MT를 위해 지난 학기에 열심히 준비를 했다. 나는 MT를 가는 게 처음이어서 어떻게 준비할지 잘 몰랐는데 동기들의 도움으로 펜션을 예약하고 고기와 술을 마련하고 다양한 게임과 활동을 준비했다. 이러한 준비로 우리 유학생들도 일반적인 한국 대학생들이 경험하는 한국적인 MT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MT나 소주 한잔을 하는 것은 한국인 눈에 별것 아니지만 외국인 눈에는 특이한 한국 문화라고 생각할 수가 있다. 다행히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들을 잘 챙겨주는 편이다. 앞으로도 한국 문화를 더 경험하고 싶고 한국 문화의 특징을 우리 외국인 친구들한테 가르쳐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미국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내가 머뭇거리더라도 이해해 주길 부탁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