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 유물로 본 18, 19세기 韓日 교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일 03시 00분


국립중앙박물관 14점 최초 공개

조선통신사의 마상재 시연 장면을 묘사한 삽화.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조선통신사의 마상재 시연 장면을 묘사한 삽화.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말 위에 서서 한 발을 들고 피리를 분다. 옆에서 말을 타는 군사는 마치 자기 안방에 누운 양 안장 위에 엎드려 있다. 가만히 서 있는 말 위에서도 취하기 어려운 자세인데, 먹으로 그려진 말들은 분명 달리고 있는 모양새다.

1748년 조선통신사가 일본을 방문해 선보인 마상재(馬上才·달리는 말 위에서 재주를 부리는 기예)의 한 장면이다. 조선통신사 행렬을 글과 그림으로 설명한 일본 책인 ‘조선인대행렬기(朝鮮人大行列記)’에 들어간 삽화다. 이 책은 당시 조선통신사의 이국적인 문물을 구경하려는 일본인들을 위해 간행된 일종의 가이드북이었다.

특히 임진왜란 때 일본에 알려진 마상재의 인기가 높아 막부 측 요청으로 1636년 병자사행 때부터 마상재를 시연할 수 있는 군인들이 조선통신사에 포함됐다. 마상재는 달리는 말 위에 서는 동작뿐만 아니라 말 등 넘나들기, 말 위에 거꾸로 서기, 뒤로 눕기 등 다양한 곡예들로 구성됐다. 1711년 조선통신사 부사였던 임수간(1665∼1721)은 자신의 사행록인 ‘동사일기(東사日記)’에 “도주가 마상재 보기를 원해 비장과 역관으로 하여금 보여줬더니 태수들이 모여 이를 보고 칭찬했다”고 썼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최근 일본실을 개편하면서 조선인대행렬기 등 조선통신사 관련 유물 14점을 새로 전시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통신사가 교토에서 에도(현 도쿄)까지 이동한 길인 도카이도(東海道)의 53개 역참을 조명했다. 특히 임수간이 동사일기에서 묘사한 도카이도의 주요 풍경을 일본 측 우키요에(목판화)와 나란히 비교했다.

예컨대 19세기 우타가와 히로시게가 하코네를 그린 채색판화엔 임수간이 “험준한 산봉우리 위에 큰 호수가 있어 둘레가 수십 리나 된다”고 묘사한 ‘아시노코 호수’의 절경이 화려하게 그려져 있다. 8월 20일까지. 02-2077-9556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조선통신사#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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