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뷰티 브랜드 베르소(Verso)와 미국의 로뎅(Rodin), 글로시에(Glossier)가 짧은 시간 내에 전 세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브랜드로 성장한 비결은 뭘까. 미국 뉴욕을 무대로 활동하는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엘 킴벡은 그 답을 ‘아이덴티티(Identity)’에서 찾았다. 베르소는 과학자와 의사들이 협업해 만든 스킨케어 브랜드이고 로뎅은 68세의 린다 로뎅이 ‘할머니 패셔니스타의 아름다운 꿈’을 콘셉트로 론칭한 메이크업 브랜드. 요즘 미국에서 가장 핫한 코즈메틱 브랜드 글로시에는 유명 블로거 에밀리 바이스에 의해 탄생했다. 글로시에는 자신이 지닌 고유의 아름다움에 당당하라는 메시지와 아울러 꼭 사고 싶게 만드는 고급스러운 패키지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포럼에 앞서 조엘 킴벡과 K-뷰티의 현재와 가능성을 진단하는 인터뷰를 가졌다. 조엘은 뉴욕에 본사를 둔 광고 에이전시 회사 퍼투를 이끌며 코세, 시세이도, 원더브라, 베라왕, 니나리치, 투미, 한큐백화점, GS숍, CJ오쇼핑, 빈폴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의 국내·외 광고 캠페인을 제작했고 안젤리나 졸리, 줄리아 로버츠, 기네스 팰트로, 소피 마르소,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 세기의 배우들과 작업했다.
―한국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브랜드들이 퍼투에 컨설팅 요청을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최근 중국 시장이 막히면서 뉴욕이나 파리를 대안으로 생각하고 우리를 찾는 브랜드들이 많다.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고 거기서 선택을 받는 브랜드는 한정돼 있다면, 거부할 수 없는 분명한 아이덴티티를 지닌 브랜드가 살아남는다. 이것도 해볼까, 저것도 해볼까 망설임이 보이는 순간 소비자들은 금방 알아차린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콘텐츠와 이미지를 잘 구축해서 브랜드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패션이나 뷰티는 가볍고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일이나 인생 이런 거창한 게 아니지 않는가.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 설명하고 교육하려 들면 소비자들은 다 도망간다. 립스틱을 끝까지 다 쓰고 바꾸는 사람은 없다. 그냥 백이 예쁘고, 패키지가 나를 불러야 한다. 패션은 사람들이 필요한 걸 만드는 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안 되게끔 꿈꾸도록 만드는 거다. ‘지름신’을 내리고 사지 않으면 병이 나도록 만들기 위해선 마법이 필요하다.
―글로벌 마켓에서 현재 K-뷰티의 위상은.
화장품 매장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K-뷰티라는 카테고리와 해시태그가 생겨나고, 여성들도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K-뷰티를 언급한다. 하지만 아직 선명한 아이덴티티를 갖고 존재감을 발휘하는 브랜드는 없는 것 같다. 이럴 때 치고 나오는 브랜드가 있다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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