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외교적 성과”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보고서를 휴일인 3일 발간했다. 집필진 일부는 이 같은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여가부는 이날 위안부 문제에 대한 그간의 정부 정책 및 조치, 국내외 연구 활동 등을 정리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정부는 2014년 7월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와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에 보고서 작성을 의뢰할 땐 공식보고서인 ‘백서’로 발간할 목적이었지만 이듬해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가 체결되자 발간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이날 ‘민간 연구보고서’ 형식으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총 9장(章)으로 이뤄졌다. △위안부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피해 실태 △한일 정부의 대응과정 △정부와 시민사회의 활동 등을 담은 앞부분은 기존에 학계에 알려진 사실을 정리한 것으로 새롭거나 논란이 될만한 내용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제4장 ‘일본의 법적 책임’에서는 “위안부 가해행위에 관해 일본의 국가책임이 성립한다”며 민형사상 일본의 책임이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제9장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방안과 실행을 향한 험로’에서 위안부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로부터 정부의 책임 인정·사죄를 받아낸 것은 나름의 외교적 성과이고 △일본 정부가 거출한 돈은 ‘사실상’ 배상 조치이며 △생존 피해자가 돌아가시기 전에 문제를 매듭지어야 해 촌각을 다투는 싸움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시민단체가 위안부 합의에 반발하며 제기해온 △합의문에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언급되지 않았고 △소녀상 문제를 끌어들였으며, △피해 당사자와 사전 교감이 부족했다는 지적에는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분량을 할애했다. 위안부 화해·치유 재단의 현금 지원에 대해서도 수용 의사를 밝힌 할머니에 대한 집계만 담겼을 뿐, 수령을 거부하고 정부에 손해배상 소송을 낸 피해자의 내용은 빠졌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의 법적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그 책임을 명시하지 않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모순된 보고서”라고 지적했다.
당초 집필진 10명은 위안부 합의를 놓고 찬반이 극명히 갈려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해 각각 분리된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교수는 “나를 비롯한 집필진 4명은 ‘위안부 합의가 외교적 성과’라는 결론에 반대했기 때문에 서문에 ‘위안부 합의에 대한 집필진의 평가가 엇갈렸다’는 내용만이라도 넣기를 바랐다”며 “최종 보고서가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면 진작 (여가부에) 항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를 한 주 앞둔 시점에 보고서를 발간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정대협 관계자는 “당초 지난해 광복절 이전에 발간하기로 했다가 특별한 이유 없이 1년 가까이 미루더니, 새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에 ‘도둑’ 발간을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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