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시인들이 동시에 생애 첫 시집을 냈다. 등단 5, 6년 차를 맞은 신두호(31), 안미옥(33), 한인준 시인(31)이다. 창비에서 젊은 시인의 첫 시집 세 권을 동시에 펴낸 건 처음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만난 이들은 “처음으로 시집을 내니 떨리면서도 나의 한 시기를 정리해 세상으로 떠나보내는 것 같아 아쉽다”(안미옥)거나 “시에 대한 애착 때문인지 시집이 ‘나왔다’는 생각보단 되레 내 시가 사라진 것 같은 마음”(한인준)이라며 설렘과 아쉬움을 함께 전했다.
시인들은 젊은 세대답게 감각적인 시어를 뽐낸다. 2013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신 시인은 ‘사라진 입을 위한 선언’에서 빛과 어둠, 흑백, 색, 안개 같은 시각적인 시어를 주로 활용했다. 그는 “시를 쓰며 항상 무언가를 ‘잘 보려고’ 발버둥치다보니 시각적 표현이 많은 것 같다. 치열하게 고민하며 썼다”고 했다.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안 시인은 내면에 집중했다. 시집에 ‘마음’이라는 시어가 무려 40번이나 등장할 정도다. “마음이란 시어를 많이 썼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어요. 세상엔 알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잖아요. 그러다보니 세상을 이해하기보다는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한인준 시인은 파격적인 시도가 눈에 띈다. ‘아름다운 그런데’라는 시집 제목이 말해주듯, 형용사나 부사를 명사처럼 쓰거나 명사를 동사의 자리에 끼워 넣기도 한다. 한 시인은 “언뜻 말이 되지 않는 문장처럼 보일 순 있지만, 사람들이 소통할 때 저마다의 새로운 작법과 대화법이 있다고 믿고 있고 그것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젊은 시인들답게 시가 ‘재미없고 어렵다’는 이유로 젊은 세대에게서 멀어지는 현상이 아쉽다고 전했다. 안 시인은 “우리 교육이 의미나 주제 파악을 통해 시 하나를 완전히 ‘장악’해 버리는 방식으로 시를 읽게 하는 것 같다”면서 “다양한 독법이 있고 자유롭게 읽는 것부터가 시를 편하게 받아들이는 출발점”이라고 짚었다. 한 시인 역시 “언제부턴가 ‘시인’이라고 하면 유머러스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를 선보인 하상욱 시인을 제일 먼저 떠올린다. 세상일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마음을 얘기하는 것 역시 시가 될 수 있다. 시는 도처에 깔려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갓 출발선에 선 시인들은 시를 대하는 태도도 사뭇 진지했다. 신 시인은 “앞으로는 세상을 좀 더 관찰하는 시를 쓰고 싶다”는 포부를, 안 시인은 “물음표를 던지는 게 시의 존재 이유이고, 사람들이 시를 읽기 전과 후가 조금이라도 달라지게 만들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고 전했다.
“한눈에 마음을 ‘훔치는’ 시도 있겠지만, 또 그러지 못해서 의미 있는 시도 있는 것 같아요. 제 시를 읽고 새로운 세상을 엿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세계도 있구나, 나와 다른 세계도 그렇게 멀리 있지는 않았구나 하고요.”(한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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