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앞두고 가족 모두 모여 시와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던 시간이 어느새 추억이 됐습니다. 어렸을 때보다 작아 보이는 아버지 어머니 모습을 뵐 때면 그 허전함을 무엇으로 채워드려야 할지 고민이 늘어납니다.
‘한 편의 시로부터 삶의 위로와 힘을 얻는다’고들 합니다. 시(詩)라는 새 가족을 맞이해보심은 어떨지요. 자주 접해 친숙할 시 46편에 저자의 해박하면서도 공감 가는 해설이 더해져 편안함을 안겨주는 책입니다. “시를 찾고, 노래를 하며, 누가 뭐래도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을 떠올려 보라”는 저자의 외침에선 더욱 부모님이 생각나네요.
워킹맘인 나에게
◇타임 푸어/브리짓 슐트 지음/더퀘스트·2015년
“왜 이렇게 챙길 일이 많고, 늘 해야 할 일에 쫓기는 걸까?”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까지. 이번 달 내내 잇따른 행사를 치르다 보면 이런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올 거야. 엄마, 아내로서의 삶은 하루에 한 시간도 마음 편히 쉴 틈이 없는 게 현실이더라. 그래도 휴일에 잠시 짬을 내 이 책을 다시 읽어보길 권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유능한 기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저자가 ‘일하는 여성들은 왜 이렇게 시간이 부족한지’ 예리한 시각으로 짚어나간 책이지. 전문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꼭 내 모습 같은 저자의 ‘워킹맘 좌충우돌기’도 함께 담겨 있어. 처음 읽었을 때, 정말 가슴을 치면서 후련하게 공감했잖아.
아내에게 ◇어른 없는 사회/우치다 타츠루 지음/민들레·2016년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동네에서는 어디에서 누구와 놀아도 동네 어른들의 시선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동네’라는 게 행정구역 이상의 의미가 없는 지금은 도시에서 어린아이 혼자 나가 놀라고 하기가 영 부담스럽네요.
이 책의 부제는 ‘사회수선론자가 말하는 각자도생 시대의 생존법’이에요. 성장을 대가로 전통적 공동체의 미덕을 희생시킨 사회, 모두가 소비의 주체가 돼 버린 사회는 성장 신화가 붕괴한 시대에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가 주제죠. 결국 “어른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내가 버린 게 아니라도 발아래 떨어진 유리조각을 먼저 줍는 사람이,
아들아. 나는 네가 사료(史料)만 추종하는 역사학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가끔 아비는 역사책을 읽을 때 이른바 ‘사료 비판’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단다. 승자의 기록답게 사료엔 팩트 왜곡이 포함되기 일쑤지. 이것을 구별하려면 사료에 매몰되지 않고 거시적인 주변 연구를 통해 역사적 맥락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측면에서 아비가 최근 읽은 이 책은 퍽 흥미로웠다. 저자는 단순히 역사뿐 아니라 도교, 불교 사상사와 시(詩) 부(賦) 등의 고대 문학, 가족 제도까지 포함한 다양한 시각으로 남북조시대를 조망하고 있어. 이 책의 독특한 접근 방식을 네가 배웠으면 한다.
어머니께 ◇마음의 소리 레전드 100/조석 지음/위즈덤하우스·2016년
며칠 전 저녁식사 자리에서 못난 마음에 “좋은 날이 올까요?” 여쭙는 제게 말씀하셨죠.
“늘 오늘뿐이다. 오늘을 살아갈 수 있으면 감사한 일이다.”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제가 가까운 이들에게 기쁨과 도움은커녕 슬픔과 어려움만 더하는 사람임을 뒤늦게 돌아보고 있습니다. 또 꾸짖음을 듣겠지만 어머니께 어떤 자식일지, 생각하기도 두렵습니다.
왁자지껄 웃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저 어릴 때 만화책만 본다고 야단하시던 어머니께 그래서 이 책을 드립니다. 잠시라도 시름 잊고 가볍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요. 조금이라도 웃겨드려야, 아버지께도 덜 혼날 듯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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