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키운 고양이의 식사는 우리 가족의 밥찌꺼기 등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도 평균 수명 정도까지 살고 있으니 미코는 건강한 고양이인 것 같다.
옛날에는 고양이용 우유 등을 팔지 않았다. 새끼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일반 우유를 주곤 했다. 사실 고양이는 우유에 포함된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적어 설사를 하기 쉽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기억에는 없지만 미코도 배탈이 난 적이 있진 않았을까?
우리 주변의 음식 중 고양이에게 해로운 것이 몇 개 있다. 그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양파와 대파’: 고양이 혈액에 있는 적혈구를 파괴하는 성분이 포함돼 있다. 급성 빈혈을 일으키거나 혈뇨가 나오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사망할 수도 있다. 스프 등 액기스가 들어있는 것도 절대 안 된다. 부추, 마늘 등에도 같은 성분이 포함돼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것들은 조리를 하더라도 고양이가 먹을 경우 독성으로 작용한다.
·‘오징어’: 고양이가 섭취하면 비타민 B1 부족증에 걸리기 쉽다. 그 영향으로 몸이 흔들리거나 잘 걷지 못하게 된다. 고양이에게 마른 오징어를 먹이면 기겁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미신이 아닌 사실이었다. 오징어의 가공 식품도 마찬가지다.
·‘돼지 날고기’: 고양이는 물론 인간에게도 해롭다. 각종 해충과 감염증 감염원인 톡소 플라스마(기생충)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가열하면 사멸하기 때문에 삶거나 구운 것을 주는 것은 괜찮다.
·‘초콜릿’: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성분인 데오프로민은 중추 신경을 자극하고, 부정맥이나 경련, 구토 등의 증세를 일으킨다. 밀크 초콜릿보다 카카오 성분이 높은 초콜릿이 위험하다. 고양이는 단맛을 잘 느끼지 못해 달콤한 것을 과다 섭취할 가능성이 높아 초콜릿은 주지 않는 게 더 좋다. 이밖에 염분이 많거나 향신료도 고양이에게는 조심해야 한다.
고양이에 따라서는 실내에 놓인 꽃이나 식물에 관심을 보이고, 먹기도 했다가 탈이 나기도 한다. 특히 조심해야할 것이 백합이다. 백합과의 식물에 독성이 있다. 이처럼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 무엇을 주어선 안 되는지 알아 두는 게 필요하다.
고양이의 먹을거리도 여러 종류로 다양해져 진화하고 있다. 드라이(말린) 타입과 습식 타입이 있다. 히말라얀용 등 고양이의 품종에 맞춘 성분의 음식에서 고양이 신장 계통의 병을 예방하는 것까지 있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한 끼 식사를 한 번에 먹지 못하고 몇 번에 나누어 먹는다. 이 때문에 우리 집에선 드라이 푸드는 언제든지 먹도록 하고 있다. 다만 먹이를 주는 것이 귀찮다고 대량의 드라이 푸드를 쌓아두면 식성이 좋은 고양이는 비만이 될 위험이 있으니 요주의.
고양이를 키우는 독신의 조카는 야근이 많아 고민 끝에 자동 먹이 주기 기계를 구입했다. 정해진 시간에 설정된 양의 드라이 푸드가 자동적으로 나온다. 방에 배치해 둔 카메라와 휴대 앱이 연동돼 있어 휴대전화로 고양이가 어떤 상황인지 확인할 수 있다. 원격 조작으로 먹이를 조절할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 가족이 남긴 음식을 먹던 미코의 시대와는 완전히 달라진 세상이다. 고양이 관리가 편리해진 요즘 그저 감동할 뿐이다.
▼ 필자 카이세 히로미 씨는?
2012~2015년 서울 거주. 연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뒤 궁중 요리를 배우는 등 한국 문화를 좋아했다. 집에서 비비와 하루 두 고양이와 지낼 때가 최고의 시간이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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