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앞에는 이제까지 그 어떤 시대보다 더 많은 옵션들이 놓여 있고, 우리는 사상 최대의 과잉 기회와 씨름하고 있다. ―결정장애 세대(올리버 예게스·미래의 창·2014년) 》
가끔 무조건 ‘예’ ‘아니요’로 답하라는 질문을 받으면 난감할 때가 있다. 한때 자주 보러 다니던 기업들의 인·적성시험이 그랬고, 심심풀이로 하는 심리테스트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모임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이 대표적이다. “성격과 취향이 맞는 사람끼리 삼삼오오 만나는 것은 좋지만, 동문회처럼 삶의 궤적으로 획일적으로 묶이는 모임은 꺼린다”는 내 취향에 맞는 선택지는 찾기 힘들다. 때로는 취향과 적성의 문제를 법정에서 사실관계 따지듯 ‘예’ ‘아니요’로 답하라는 요구에 거부감마저 든다.
이런 고민을 하는 이가 적잖다. 소소하게는 식당에서 메뉴판을 두고 한참을 고민하거나, ‘썸남썸녀’와 사귈지 말지 망설이는 것도 바로 이 ‘애매모호함’ 때문이다. 일각에선 ‘결정장애’라고 핀잔을 주지만, 이들에게도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
독일 저널리스트 올리버 예게스는 이를 ‘메이비(maybe) 세대’로 정의한다. 굳이 결정을 내리고 싶지도 않고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도 모르는 세대, 그래서 병적으로 모든 결정을 미루는 세대라는 것이다.
예게스는 그들을 나무라지 않는다. 오히려 “기성세대가 한데 모아 놓으면 쉽게 융합되는 동질적인 용광로였다면, 메이비 세대는 모아 놓아도 하나의 큰 그림이 완성되지 않는 이질적인 모자이크”라며 적극 옹호한다. 개인마다 성향이 다르고, 각 개인도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욕구와 취향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이는 세상의 변화 속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어제 좋았던 것들이 오늘은 싫어진다. 마음속을 재건축하듯 완전히 허물고 새 기준을 익혀야 하는 시대다. 이를 위해 깊은 지식보다는 짧게 요약된 정보들을 빠르게 터득해야 한다. 뚜렷한 목표나 방향감을 상실한 채 그저 방황하는 것처럼 보이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고민을 이해하기 위해 일독을 권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