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휴일 전철에서 할머니의 숨찬 목소리가 들렸다. 옆자리에는 할아버지가 멋쩍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훌쩍 앞서 걸어가던 할아버지가 전철에 먼저 탄 모양이다. 무릎이 좋지 않은지 뒤처져 걷던 할머니는 문이 닫히기 전 급히 뛰어 가까스로 올라탔다. “마누라 버리고 가도 모르겠다”는 할머니의 타박이 이어졌다. 할아버지는 “당연히 탄 줄 알았지…” 하며 연신 미안한 웃음을 지었다.
오르페우스는 저승에서 아내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나올 때 절대 뒤를 봐서는 안 됐지만 초조한 마음에 고개를 돌렸다 아내를 영영 떠나보내야 했다. 오페라, 연극, 창극 등으로 끊임없이 변주되는 슬픈 사랑 이야기다.
걸음 빠른 할아버지들은 오르페우스가 되어도 좋다. 아니, 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할머니를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으니까. 할아버지, 길 가실 때 자주 뒤돌아보면서 할머니가 어디쯤 있는지 확인하세요. 나란히 걸으시면 더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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