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재즈디바, 본고장 美國 매혹시킬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2일 03시 00분


9집 앨범 ‘She Moves On’ 내는 재즈 보컬 나윤선

9일 서울 마포구의 카페에서 만난 재즈 보컬 나윤선은 19일 전 세계에 동시 공개하는 4년 만의 신작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지난겨울, 곰과 고라니가 뛰어다니는 미국 산골에서 보낸 3주일이 음악을 보는 관점을 새롭게 해줬다”고 말했다. 허브뮤직 제공
9일 서울 마포구의 카페에서 만난 재즈 보컬 나윤선은 19일 전 세계에 동시 공개하는 4년 만의 신작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지난겨울, 곰과 고라니가 뛰어다니는 미국 산골에서 보낸 3주일이 음악을 보는 관점을 새롭게 해줬다”고 말했다. 허브뮤직 제공
몽블랑을 등정해 본 이의 다음 행보를 예측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She Moves On(그녀는 옮겨 간다).’

재즈 보컬 나윤선(48)의 새 음반, 9집(19일 전 세계 동시 발매) 제목은 선언 같다. 그녀는 예술성과 상업성 양면에서 재즈 디바로서 유럽의 지붕에 올랐다. 두 장의 근작은 15만 장 넘게 팔렸고 프랑스 정부는 그에게 문화예술공로훈장을 수여했다.

그녀는 이제 옮겨 간다. 재즈 본고장으로. 음반의 공간적, 음악적 배경을 모조리 미국으로 이동했다. 독일 음반사 ACT에서 낸 3개의 전작을 모두 스웨덴에서 녹음한 그가 신작은 미국 뉴욕에서 현지 음악가들과 만들었다.

이번 음반은 계약상 나윤선의 마지막 ACT 음반이 될 공산이 크다. 재즈계에서는 나윤선이 조만간 블루노트, 버브 같은 미국의 전통 명가와 계약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여러 곳에서 제안이 들어갔다는 얘기가 벌써 들린다. 대서양 건너에서 판매액과 팬덤을 증명한 나윤선의 ‘FA’는 근년에 급격한 시장 축소의 난제를 풀고 있는 미국 재즈 음악계에 뜨거운 카드일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미리 들어본 ‘She Moves On’은 신대륙의 재즈 팬들을 매혹시킬 만한 음반이자 그곳 음반사들을 달아오르게 할 음반이다. 나윤선의 특장기인 비르투오소(빼어난 기교의 명인)적인 스캣, 폭발적인 고음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음반. 폴 사이먼의 ‘She Moves On’, 조니 미첼의 ‘The Dawntreader’, 지미 헨드릭스의 ‘Drifting’ 등 거장의 덜 알려진 곡들을 담백하게 소화했다. 나윤선의 모친이 ‘이제 딸 목소리를 카페 가서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을 만큼 편안한 분위기의 음반이다. 나윤선 특유의 섬세함과 호소력은 그대로다. 목소리의 몸통이 지닌 양감은 더 풍성해졌다.

나윤선은 “지난해 혼자 뉴욕에 석 달간 머물며 드레이크, 플로렌스 앤드 더 머신, 건스 엔 로지스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실컷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우연히 접한 아방가르드 재즈 건반 주자 제이미 사프트의 음악에 빠져 무작정 그에게 e메일을 썼어요. 같이 작업해 보고 싶다고요.”

OK 답장을 받고 태평양을 건넌 나윤선은 뉴욕 주 우드스톡의 산골 집에 세 들어 살며 사프트의 집에 3주간 출퇴근하다시피 했다. 미첼, 밥 딜런, 프랭크 시내트라를 들으며 그들 특유의 정서와 감성에 다가갔다.

건축가처럼 치밀하게 음악을 세공하던 나윤선은 신작에서 설계도를 내려놨다. ‘아메리칸 스타일’로 힘을 뺐다. 노라 존스의 출세작 ‘Come Away with Me’에 참여한 드러머 댄 리서, 1980년대 톰 웨이츠의 명작들을 채색한 거물 기타리스트 마크 리보 등과 녹음 당일 만나 즉흥적으로 음반을 만들었다.

“휴식기를 보내면서 다른 일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했는데 신작을 만들며 새롭게 불타올랐어요. 노래 자체의 가사와 멜로디에 집중하는 게 제가 스케치를 만들어 가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걸 깨달았어요. 앞으론 거기에 초점을 둬 보고 싶어요.”

나윤선은 25일 프랑스 노르망디를 시작으로 세계 순회공연을 펼친다. “라이브 무대에서는 신작이 어떻게 즉흥적으로 해석될지 스스로도 기대됩니다.”

에베레스트 등정을 위해 잠시 평지를 걷는 이의 뒷모습이 보인다. 발걸음이 오르막 걷듯 힘차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재즈 보컬 나윤선#나윤선 9집 she moves on#노라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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