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 깜둥이가 낳은 병아리 중 한 마리가 실수로 뜨거운 아궁이에 뛰어든다. 불에 덴 이 병아리는 부리가 문드러지고 발가락이 떨어져 나가 삐딱하게 걷게 되고, 순진이네 식구들에게 ‘빼떼기’라는 별명을 얻는다. 식구들은 어미 닭도 외면하는 이 새끼를 극진하게 보살피지만 어찌할 수 없는 이별의 순간이 닥친다.
생명이 다른 생명을 보듬을 때 생기는 온기와 생명의 숙명이 슬프면서도 아름답게 그려졌다. ‘강아지똥’ 등을 쓴 권정생 작가가 1988년 낸 작품으로 작가의 작고 10주기에 맞춰 다시 출간됐다. 김환영 화가가 시골에 내려가서 살며 본 닭의 모습이 강렬한 색감과 힘찬 붓질로 살아났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