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적 차원의 시장에서 작가들은 고풍스러우면서 동시에 미래지향적인 무언가를 표현한다. 이들을 자극하는 건 태고 이전의 까마득히 먼 곳에서 온 충동적 힘이다. 과거 바빌로니아와 오세아니아, 중앙아메리카의 원시림, 그리고 한반도의 금강산에서 수많은 신화를 탄생시켰던 그 동력이다.”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가 23∼25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열리는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에서 발표 예정인 글이다. 2011년에 이어 6년 만에 열리는 이번 포럼에는 10개국에서 세계적 작가 13명이 참석해 ‘새로운 환경 속의 문학과 독자’를 논한다. 언론에 미리 공개된 작가들의 발제문을 살펴봤다.
르 클레지오는 ‘시장 속의 문학’이라는 글에서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소설에는 신비로운 실체가 존재한다. 그것은 역사와 기억, 육체적 삶과 욕망, 그리고 꿈으로 이루어져 현실과 섞이며 현실을 변화시키는 영감”이라며 “나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나 김애란의 풍자적 소설 등 젊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서 이런 실체를 발견한다”고 덧붙였다.
르 클레지오는 인터넷의 확산 등 기술발전이 문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그는 “개인적인 창작물의 신비는 세계로 전파되며, 우리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이로움과 즐거움, 꿈의 대상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에 오염된 벨라루스 지역을 오랫동안 취재해 기록한 일을 발표한다. ‘미래에 관한 회상’이라는 글에서 그는 “체르노빌 지대에는 우리의 지식과 상상력을 뛰어넘는 죽음이 도처에 숨어 있었다”며 “그것은 미래에 인간이 겪게 될 공포이기에 미래로부터 온 전쟁이고, 나는 미래를 기록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 조직위원장인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기자간담회에서 “그의 글은 매체와 뉴스가 발달한 세상에서도 작가들이 구체적인 체험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호소력이 큰지 알려 준다”고 했다.
폭력을 소재로 한 발표도 이어진다. 소말리아 출신의 소설가이자 극작가 누르딘 파라는 ‘나의 인생을 만든 갈등들’에서 1945년 소말리아의 오지에서 태어나 살아온 이야기를 전하며 “소말리족 내전에서 사람들은 … 이 위기의 거대함에 개인적으로 대처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든 국가적으로든 생존을 보장할 어떠한 일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인도 출신의 소설가 아미타브 고시는 ‘인디라 간디의 흔적’에서 인디라 간디 총리 암살과 폭동을 소재로 문학이 폭력에 관해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한다.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 비평가 앙투안 콩파뇽은 문학 저널의 쇠락을 비롯해 읽기, 쓰기, 교육, 연구 등에서 디지털이 가져온 변화를 짚는다. 이 밖에 벤 오크리(세계화 시대 속의 문학, 문학과 문화의 신중첩 지대), 얀 코스틴 바그너(멀티미디어 시대 문학의 의미에 대한 소견), 로버트 하스(가격을 매길 수 없는 것: 시와 시장에 대한 몇 가지 기록), 히라노 게이치로(작가와 마케팅), 스튜어트 몰스롭, 하진, 오마르 페레스, 위화 등의 발표가 이어진다. 국내 작가 50여 명도 발제와 토론에 참여한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포럼은 홈페이지(www.seoulforum.org)에 신청하면 무료로 참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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