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스턴 처칠은 에세이와 시사평론, 소설, 전기, 회고록, 역사서 등을 집필한 작가이기도 했다. 6권 분량 회고록 ‘제2차 세계대전’이 대표작이다. 처칠은 “전기와 역사서에서 보여 준 탁월함과 인간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행한 훌륭한 연설”을 이유로 195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닉슨 회고록’(1978년)은 자신이 물러난 이유인 워터게이트 사건과 재임 중 추진한 정책 등을 자세히 서술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도 대부분 저서를 남겼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대표작은 ‘독립정신’이다. 1904년 한성감옥에서 수감 중 집필하여 191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출간됐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회고록 ‘구국(救國)의 가시밭길’(1967년)에서 5·16군사정변 이후 자신의 청와대 생활을 이렇게 토로했다. “그보다 더 불안하고 부자연한 생활이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하루바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내 소원이었다.”
장면 전 총리는 천주교 조선교구 설정 100주년이던 1931년, 최초의 한글 교회사 개설서로 평가받는 ‘조선천주공교회약사’를 저술했으며 회고록 ‘한 알의 밀이 죽지 않고는’(1967년)과 가톨릭 관련 저서 및 번역서를 여럿 남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대중씨의 대중경제 100문 100답’(1971년), ‘대중경제론’(1986년·영문판 1985년), ‘대중참여경제론’(1997년) 등으로 시대 변화에 맞추어 자신의 경제 구상을 밝혔다.
저서 15종을 남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첫 저작은 ‘우리가 기댈 언덕은 없다’(1964년)였다. 미 국무부 초청으로 1964년 6월부터 두 달간 미국을 시찰하고, 이후 한 달간 유럽과 아시아 각국을 돌아보며 쓴 글을 박권흠 당시 국제신문 정치부장(전 국회의원)이 정리한 것이다. 김영삼, 김대중 두 전 대통령은 ‘김영삼 회고록’과 ‘김대중 자서전’을 남겼으며 ‘박정희 대통령 선집’, ‘전두환 회고록’, ‘노태우 회고록’, 노무현 전 대통령 유고 자서전 ‘운명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의 시간’ 등의 대통령 저서들이 있다.
역대 대통령의 저서, 특히 회고록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객관성이나 진실성 측면에서 신뢰할 만한 사료적(史料的) 가치를 지닌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조선의 국정기록인 ‘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등이 세계기록유산에 오른 것과 비교한다면 지나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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