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엄마와 딸… 무대에서 친모녀처럼 호흡 척척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6일 03시 00분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로 다시 만난 강부자-전미선

강부자 씨(오른쪽)를 다정하게 껴안은 전미선 씨는 “엄마보다 선생님과 포근하게 지내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씨는 “배우는 한없이 많은 역할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강부자 씨(오른쪽)를 다정하게 껴안은 전미선 씨는 “엄마보다 선생님과 포근하게 지내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씨는 “배우는 한없이 많은 역할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내 품에 쏘옥 안기고 호흡도 척척 맞고…. 딸 역할로 미선이만 한 배우는 없을 거예요.”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19일 막이 오르는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에서 엄마로 무대에 서는 강부자 씨(76)는 전미선 씨(47)를 바라보며 싱긋이 웃었다. 8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 씨는 “지금도 하루에 하나씩 강 선생님에게 배우고 있다”며 수줍게 말했다.

이들은 2009년 초연 때부터 이 작품을 함께 했다. ‘친정 엄마…’는 전국 곳곳은 물론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등 국내외에서 700회 이상 공연되며 누적 관객 62만 명을 넘어섰다. 서울에 사는 깍쟁이 딸 미영은 연락도 없이 시골 친정을 찾고, 전기장판 하나로 겨울을 나며 궁상맞게 사는 엄마의 모습에 화를 낸다. 미영이 암에 걸린 사실을 털어놓으며 모녀는 남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강 씨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잔잔히 풀어낸 것이 이 작품이 지닌 힘”이라고 말했다.

10년 가까이 공연을 하며 크고 작은 사건도 많았다. 시골 극장에서 공연할 때는 길고양이가 무대에 올라왔다.

“미선이가 고양이를 무서워하는데, 다행히 고양이가 ‘야옹’ 소리도 안 내고 사라져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관객들은 눈치를 못 챘고요.”(강 씨)

세트가 바뀌어 부엌에 문턱이 생겼는데, 강 씨가 이에 걸려 넘어져 들고 나오던 밥상을 엎은 적도 있었다. 두 사람은 공연의 일부인 것처럼 “이걸 어째!”라고 외치며 음식을 주워 담은 후 연기를 이어갔다. 전 씨의 아들이 일곱 살 때 공연을 보러 와서 엄마가 실제로 죽는 줄 알고 엉엉 울며 통곡하기도 했다.

“어떻게 감정을 표현할지 고민될 때 선생님에게 여쭤보는데, 한 줄만 읽어주셔도 답이 나와요. 지금까지의 경험을 녹여서 이번에는 더 잘 표현해야 할 텐데요.”(전 씨)

이 말을 들은 강 씨는 “지금까지 했던 대로만 하면 돼”라며 다독였다. 두 사람은 무뚝뚝한 성격이어서 가족에게 사랑을 많이 표현하지 못하지만 작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를 전달한다고 했다.

강 씨는 앞으로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는 물론 뮤지컬, 오페라 등에도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년의 사랑 이야기도 좋고,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캣츠’, ‘맘마미아’에서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어요. 가슴에서 불덩이가 활활 타고 있거든요.”(웃음)

전 씨는 연기의 스펙트럼을 한층 더 넓히길 소망했다.

“발랄한 역할, 무거운 역할 등을 다양하게 하고 싶어요. 계속 배워서 선생님처럼 넓고 큰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전 씨)

19∼28일. 5만5000∼7만7000원. 02-542-4145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친정엄마와 2박 3일#강부자#전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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