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친근한 모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인 박수홍 씨와 어머니 지은숙 씨. 박 씨는 “방송을 계기로 더욱 돈독해진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담은 노래 ‘쏘리 맘’과 제 일상을 담은 ‘클러버’를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사이좋은 오누이 같았다. 아들이 사준 가방과 액세서리가 늘 가장 마음에 든다며 웃음꽃을 피우는 어머니 지은숙 씨(75)와 “엄마 오늘 정말 예쁘다”며 애정이 담뿍 담긴 말을 건네는 아들 박수홍 씨(47).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을 통틀어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SBS TV ‘미운 우리 새끼’(미우새)에 출연하는 두 사람을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박 씨의 집 근처에서 만났다.
이 모자(母子)는 ‘미우새’ 출연 가족 중에서도 눈에 띄는 친근함을 자랑한다. 아들에게 항상 ‘밥은 먹었니? 아프진 않니?’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푹 주무세요’라는 답장을 잊지 않고 보내는 아들은 부모 자식 간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부러움을 살 정도다. 박 씨는 어린 시절 겪었던 경제적 어려움이 인생에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아버지의 잇따른 사업 실패로 어머니가 미용실을 운영해 생계를 책임지셨어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가게를 운영하신 어머니를 위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많이 한 게 쭉 이어지게 됐죠. 딸 없이 아들만 삼형제라 딸 노릇 하고 싶은 생각도 컸어요.”
1991년 개그맨으로 데뷔한 박 씨는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바른 언어와 단정한 행동을 보여줬다. 아나운서와 개그맨을 합친 ‘개나운서’로 불릴 정도였다. 하지만 ‘미우새’에선 늦은 시간 서울 강남의 클럽에 출몰하는 모습, 집 안에 다트 게임 기계를 설치해 노는 모습 등 반전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어머니 지 씨의 “쟤 왜 저러니?”라는 반응이 유행어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 어머니는 오히려 방송 이후 아들에 대한 걱정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아들이 혼자 사니까 문자도 많이 보내고 걱정도 많이 한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방송으로 인생을 신나게 즐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요새는 문자도 줄였답니다. 하하.”
유쾌한 입담의 어머니가 아들보다 더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박 씨는 어머니가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낄 것 같다며 미안함을 내비쳤다.
“처음 방송 녹화를 할 때 어머니께서 NG를 10번 가까이 냈어요. 그때는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라고 후회했어요. 지금은 저보다 더 뛰어난 예능감을 보여주고 계셔서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져서 마트에 갈 때나 일상에서 불편한 점이 생길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이 큽니다.”
데뷔 27년 차 연예인인 박 씨는 그동안 방송 활동 외에도 라디오 DJ와 웨딩사업 등 다방면으로 꾸준한 활동을 해 왔다. 박 씨는 그런 자신을 ‘공무원 같은 연예인’이라고 표현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이런 모습이 자랑스러우면서도 안쓰럽다고 밝혔다. 지 씨는 “아무래도 연예인 생활이 굴곡이 있기 마련인데, 아들은 기어코 일을 쉬지 않고 열심히 했다”며 “그러다 보니 결혼 때를 놓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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