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산책 겸 우연히 찾은 국립중앙박물관. 한국사 수업을 지루해했던 이들에게는 듣기만 해도 머리 아픈 곳이지만 시각을 달리 해 보면 이곳은 행복한 ‘덕후’였던 조상들의 성전(聖殿)이다.
튼튼한 두 다리를 친구 삼아 전국을 누비며 만든 대동여지도나 고즈넉한 전시실 안에 두둥실 떠오른 달항아리(사진),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감히 추측하기도 어려운 신라 금관을 보고 있으면 미치지 않고서는, 미치지 못하는 경지를 간접 체험하게 된다.
‘성덕’(성공한 덕후) ‘덕업일치’(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라는 말의 등장은 아무리 하찮아 보여도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의 시대를 열었다.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처럼 누군가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TV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면서 독특한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분위기도 만들어졌다.
2200년의 국립중앙박물관은 어떤 모습일까. 묵묵히 덕업일치를 행하며 행복하게 사는 우리 주변 어느 ‘덕후’의 노력이 당당히 전시실 한 칸을 차지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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