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로의 표현은 잘 익은 언어를 적정한 온도로 전달할 때 효능을 발휘한다.―‘언어의 온도’(이기주·말글터·2016년) 》
힐링(Healing·치유)이 유행했던 건 불과 5, 6년 전이었다. 당시 미디어에는 자칭 타칭 멘토로 불리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등장해 조언과 위로, 충고를 건넸다. 그들의 말에 감동하고 희망을 얻은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바뀌었다. 힐링 메시지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희대의 망언으로 치부된다. 멘토는 말이 통하지 않는 어른들을 비꼬는 ‘꼰대’로 평가 절하될 정도다.
그때나 지금이나 삶은 힘들고, 위로가 필요한 건 비슷하다. 여전히 청소년에게 입시는 가혹하고, 청년들에게 취업은 요원하다. 직장인들은 제자리걸음인 월급과 고공 행진하는 물가에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사람들이 더 이상 위로를 달가워하지 않는 건 그동안 멘토로 불렸던 전문가들이 건넨 말들이 어설펐거나 제대로 된 해결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원래 그런 거라니까!”라는 말이다. 저자는 이 표현이 한국에서 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말”이자 “웬만해선 토를 달 수 없는 말”이어서다. ‘힘을 내’ ‘기운 내’도 마찬가지다. 위로가 필요한 상대방에게 맞춤형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 모르고, 애매한 경우에 쓰는 일이 적잖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저자는 “깊은 상처가 있을 법한 사람들은 타인을 향해 섣부른 위로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내뱉은 위로는 오히려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화(禍)를 불러오거나 오해를 가져오기도 한다.
여전히 위로와 힐링은 필요하다. 다만 상대에 대한 깊은 배려와 이해가 담긴 따뜻한 말이어야 한다. 저자가 언급한대로 “‘의술(醫術)’이 될 수 있는 말”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선택한 말보다는 상대방이 필요로 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말을 고르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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