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영국의 BBC 뮤직 매거진은 안네조피 무터, 조슈아 벨, 사라 장, 네빌 매리너, 막심 벤게로프 등 100명의 유명 연주자가 직접 뽑은 ‘가장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 20인’을 선정했다. 1위 다비트 오이스트라흐 등 5위까지 고인이 된 바이올리니스트가 꼽혔다. 기돈 크레머(70·사진)는 6위를 차지해 현존 인물 중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선정됐다.
크레머와 그가 이끄는 ‘크레메라타 발티카 앙상블’이 3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다. 올해 그는 70세가 됐고 크레메라타 발티카 앙상블은 창단 20주년을 맞았다. 그는 최근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도 BBC 뮤직 매거진의 결과에 대해 “저도 존경하는 수많은 동료 바이올리니스트가 있는데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크레메라타 발티카 앙상블은 1997년 그의 5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발트 3개국에서 온 23명의 젊은 연주자로 구성됐던 단체다. 일시적으로 뭉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크레머의 음악적 동반자가 됐다. 초청 공연 횟수만 연간 60∼70회에 이르고 음반도 20장이 넘는다. 그는 “크레메라타 발티카 앙상블은 마치 꿈에서 태어난 아이가 건강하고 성숙한 어른으로 자라난 것 같다”며 “제가 이 아이의 부모라는 사실이 매우 행복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올린의 혁명가’로 불려왔다. 고전부터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에 새 작곡가의 실험적인 곡을 찾아 연주에 도전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번 공연에서도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과 현대 작곡가인 필립 글래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을 나란히 연주한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관객을 압도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음악의 본질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놀라운 건 많은 젊은이들이 클래식 음악에 열광한다는 것”이라며 “최근 우수한 한국 연주자가 많이 배출될 수 있었던 까닭은 이런 환경이 마련돼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4만∼20만 원. 1577-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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