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서 포석이 중요하듯이 이번 행사는 이곳을 인터넷과 인공지능(AI)의 세계적인 중심으로 자리 잡게 하려는 포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3일부터 열리는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 행사를 지원하고 있는 여행사 직원 쿵(孔)모 씨는 22일 이번 대회가 중국 저장(浙江) 성 자싱(嘉興) 시 우(烏) 진에서 열리는 것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구글 딥마인드사가 제작한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세계 랭킹 1위로 인간을 대표하는 커제(柯潔) 9단을 비롯해 중국 기사들의 대국이 2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행사는 우 진이 인터넷 강국 중국의 중심 도시가 되겠다는 의지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 도시는 2014년부터 세계인터넷대회를 개최해 왔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3회 대회에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와 IBM, 중국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310여 개 기업이 참가해 무인자동차와 AI 등 첨단 기술 박람회를 열었다.
항저우(杭州) 공항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1시간 반가량을 달려 도착한 도시는 100여 년 전 청나라 말기와 중화민국 초기의 건물이 잘 보존되거나 복원돼 마치 과거로 돌아온 느낌이 들게 했다. 행사가 진행될 ‘세계인터넷회의중심’은 중국미학원 왕펑 교수가 설계한 것으로 전통 가옥의 기와지붕을 외벽으로 장식한 독특한 외관을 자랑했다. 하지만 거리 곳곳에서는 ‘후롄왕(互聯網·인터넷의 중국식 표현) 대회’를 알리는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우 진이 중국의 유명 10대 고진(古鎭·옛 마을) 중 하나이지만 미래를 향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풍경들이다.
이 지역은 예부터 바둑과 인연이 깊다. 우 진 인근 취저우(衢州)에는 전설상 바둑의 발원지로 알려진 란커(爛柯) 산이 있다. 푸젠(福建) 성 출신으로 일본에서 활동하며 ‘살아 있는 기성’ 칭호를 들었던 우칭위안(吳淸源·1904∼2014) 9단도 본적은 이곳 자싱의 퉁샹스먼(桐鄕石門)이다.
22일 오후 찾아간 회의장 내부에서는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열린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에 이어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진행될 ‘인간과 AI 대결 2라운드’ 준비가 한창이었다. 알파고와 커 9단은 23일과 25일 그리고 27일 3번기를 갖는다. 중국 포털 신랑왕(新浪網)은 ‘런지(人機·인간과 기계) 대전’이라고 이름 붙인 이번 대국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며 ‘중국의 기성(棋聖)’으로 불리는 녜웨이핑((섭,접)衛平) 9단이 해설을 맡도록 했다.
일단 알파고가 일방적으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커 9단은 최근 신랑왕 인터뷰에서 “알파고에게서 앞선 생각을 배운다. 전에는 알파고의 수가 인간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알파고가 인간에게 주는 느낌은 신선(神仙) 같다”고 말했다. 커 9단은 이세돌 9단과의 대결 이후 기력이 높아진 알파고에 대해 “마치 매복을 당한 느낌”이라고 알파고의 비약적인 기력 향상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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