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시 실상사 조선 불상 안에서 고려시대 사경(寫經·불교 경전을 베껴 쓴 것)이 발견됐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실상사 극락전에 안치된 건칠불상(乾漆佛像)의 머리 안에서 고려시대 지은 상지은니대반야바라밀다경(桑紙銀泥大般若波羅密多經) 한 첩을 수습했다”고 24일 밝혔다. 불교 경전인 대반야바라밀다경을 은가루(은니)로 적은 사경은 국내에 4점 전하는데, 이 중 경주 기림사 비로자나불에서 수습한 사경 3첩은 보물 제959호로 지정돼 있다. 연구소는 불상의 보존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3차원(3D)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사경을 발견했다. 사경은 뽕나무로 만든 종이 위에 은니로 글씨를 써 놓았다.
대반야바라밀다경의 600권 중 396권을 옮겨 적은 사경에는 “이장계(李長桂)와 그의 처 이씨(李氏)가 시주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연구소는 고려사 등 각종 문헌을 찾아봤지만 이장계 관련 기록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임석규 연구소 유적연구실장은 “내용상 선친의 명복을 빌고 집안의 재액(災厄)을 물리치기 위해 봉헌한 사경”이라고 분석했다.
사경이 나온 건칠불상은 조선 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흙 표면에 옻칠을 한 삼베를 붙인 뒤 내부 흙을 제거해 완성했다. 고려∼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건칠불상은 약 20구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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