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회를 맞은 칸 영화제가 정말 변화하고 있어요. 전반적으로 어느 때보다 여성과 남성 감독의 ‘균형’을 매우 고려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칸 국제영화제가 24년 만에 여성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길까. 26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마제스틱 해변에서 만난 가와세 나오미 감독(48)은 “나 역시 경쟁부문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지만, 경쟁작 면면에서 세상의 변화를 지켜보는 칸 영화제의 고민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번 영화제 경쟁부문에서는 감독을 포함해 소피아 코폴라, 린 램지 등 3명의 여성 감독이 이름을 올렸다.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서 ‘히카리(빛)’란 영화를 선보였다.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와 청각장애인을 위해 영화 음성해설을 담당하는 여자가 펼치는 감성 로맨스다. 감독은 1997년엔 ‘수자쿠’로 최연소 황금카메라상을 받았고, 2007년 ‘모가리의 숲’으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칸 영화제 초청이 익숙할 법도 한 감독이지만 “며칠 전에도 2000여 명의 관객들이 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따뜻한 박수를 보내줬는데, ‘영화란 정말 아름다운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고 뭉클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배우들에게도 연기를 하려 하기보다는 영화에 스스로를 완전히 빠뜨리라고 강조하고, 연기하면서 당신들이 행복함을 느끼길 원한다고 말해준다”고 했다.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을 뽐내는 영화를 꾸준히 연출해온 그에게 ‘영화의 사운드와 영상 모두 아름다웠다’고 칭찬을 건네자 갑자기 벚꽃 이야기를 꺼냈다. “사쿠라(벚꽃)가 아름다운 건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벚꽃은 3일이 가장 아름답고, 그 이후엔 바람에 흩날려 져버린다고 하더라고요. 인생도 그래요.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아름답지요. 순간순간, 제한된 시간을 아름답게 써야 합니다. 제 영화에서도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감독은 자식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와 성인이 된 딸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 ‘따뜻한 포옹’을 1992년 선보이면서 영화계에 등장했다. 그는 “매우 개인적인 기록이 나의 첫 영화가 됐다”며 “세상과 영화에 대해 말하기 이전에 내 감정을 먼저 이해하고 고민하는 연습부터 했다. 그게 내 영화의 특징이자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의 친부모는 세 살 난 그를 버리고 집을 떠났고, 줄곧 할머니 손에 키워졌다.
이번이 칸 영화제 경쟁부문의 5번째 진출이지만 그는 “그저 내 세상에서 살다보니 매번 영화제에서 유명 감독들을 봐도 누구인지 모를 때가 많다”며 웃었다. 다만 “영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는 것인 만큼, 내 영화도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인간 대 인간의 이야기이니 누가 봐도 와 닿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세상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영화라는 게 엔터테인먼트적인 것이긴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 그게 바로 영화입니다. 제 삶에서 보듯 세상살이는 이미 그 자체로 드라마이고 저는 그것을 다만 창조적으로 전달하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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