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오디션 TV 프로그램인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호주 버전 ‘오스트레일리아 갓 탤런트’에 열다섯 살의 앳된 소년이 등장했다. 모두가 팝송을 부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소년은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잠들지 말라(Nessun dorma)’를 불렀다. 기교는 부족했지만 풍부한 성량과 독특한 음색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결선까지 올라간 그는 우승을 차지하며 호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테너로 자리 잡았다.
마크 빈센트(23)는 호주에서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승 뒤 소니뮤직과 계약하고 2009년 발매한 첫 앨범이 호주 음악차트 2위에 올랐다. 이후 발매한 음반 모두 상위권을 기록했다. 최근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올해 발매한 ‘어 트리뷰트 투 마리오 란차(A Tribute to Mario Lanza)’도 3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미국 테너 마리오 란차(1921∼1959) 헌정 앨범이에요. 란차의 녹음된 목소리를 가져와 제가 듀엣으로 노래하듯 편곡해 만들었어요.”
빈센트의 가족은 과일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가족 중 유일한 음악가인 그는 어린 시절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주말마다 할아버지의 레스토랑에 놀러 갔어요. 레스토랑에서 흘러나오는 이탈리아 성악곡을 따라 부르는 것이 취미였죠. 어느 날 할아버지가 본격적으로 노래를 불러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용기를 줘 오디션에도 도전하게 됐어요.”
그는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흔치 않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다. 차별의 시선도 존재할 수 있다. “호주에는 클래식 음악인이 많지 않아요. 흔치 않다는 게 이점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오디션에서도 제가 유일한 클래식 음악인이었거든요.”
그는 2년 전 뮤지컬 ‘더티 댄싱’ 무대에 서면서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다. 현재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로 호주 투어를 다니고 있다. 크로스오버 음악인으로 변신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저는 항상 토스카, 투란도트, 라보엠 등 오페라 무대에 서는 것이 꿈입니다. 이탈리아의 성악학교로 진학해서 본격적으로 오페라를 배우고 싶어요.”
자신과 같이 성악가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에게 그는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성공의 열쇠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 그리고 다음의 세 가지를 지키는 것입니다. 야망을 가지고, 자신을 굳게 믿고,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세요. 그러면 꿈은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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