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30일 화요일 맑음. 멀리서.
#250 The Allman Brothers Band ‘Melissa’ (1972년)
니나, 당신을 잊을 수 없다. 행복했지만 나의 길을 가야 했다. 랄례이냐, 밤이 오면 얼굴을 절망으로 분칠한 당신을 난 기억한다. 섀로나, 불꽃같이 사랑했지만 노래 만드는 것 외엔 해줄 게 없었다. 로재나,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그렇게 사랑해줄지도, 당신 같은 사람이 날 이렇게 아프게 할지도 난 진정 몰랐다. 앤지, 우리가 나눈 행복한 나날은 연기로 사라지겠지만 제발 눈물을 거두길. 내털리, 내 돈을 갖고 튀었으니 각오해라. 빌리 진, 그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다.
이건 내 얘기가 아니다. 내가 만난 여자들은 모두 착했다.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더더욱이나. 자세한 스토리는 에드 시런, 도노번, 더 낵, 토토, 롤링 스톤스, 브루노 마스, 마이클 잭슨에게 물을 것.
외국엔 이름이 제목에 들어간 노래가 적잖다. 미국 남부를 대표하는 ‘서던 록(Southern rock)’ 선구자 ‘올먼 브러더스 밴드’는 3개의 이름 노래를 남겼다. 기타리스트 디키 베츠가 지은 연주곡 ‘Jessica’와 ‘In Memory of Elizabeth Reed’, 보컬 겸 건반연주자 그레그 올먼이 만든 노래 ‘Melissa’.
제시카는 베츠의 딸이다. 베츠의 기타 연주에 맞춰 방방 뛰는 어린 딸의 모습을 멜로디로 모사해 만들었다. 엘리자베스 리드는 낯선 이의 묘석에서 따왔다. 밴드의 고향인 조지아 주 메이컨의 로즈힐 공원묘지에서 베츠가 본 이름이다.
멀리사는 실존하지 않는 꿈속의 여인이다. 노래 속 주인공은 떠돌이 집시. 여자들과 쉬운 연애나 반복하던 이. 정착과 방랑의 갈림길에 서면 늘 후자를 택하던 바람처럼 가벼운 사람. 자신의 이름 하나 기억할 연인 없는 그는 차가운 길바닥에 누워 꿈속 깊은 곳에만 묻어둔 멀리사를 만난다. “멜로디와 노랫말을 다 써놓고 여인의 이름만 못 정했었죠. ‘sweet Barbara…’ ‘sweet Mary Joe…’ 입에 붙는 말을 찾다 하루는 슈퍼마켓에 갔어요. 카운터 앞에 줄을 섰는데 어린아이가 주변을 뛰어다니다 가게 문밖으로 나가는 거예요. 그 어머니가 다급하게 외쳤어요. ‘오, 멀리사! 멀리사, 돌아와!’ 이거다, 싶었죠.”(그레그 올먼 생전 인터뷰 중)
그레그 올먼이 27일(현지 시간) 지병으로 별세했다. 오토바이 사고로 요절한 천재 기타리스트이자 형, 두에인 올먼(1946∼1971)이 잠든 로즈힐 묘지에 묻혔다. 엘리자베스 리드가 있는 그 땅으로 멀리사를 찾아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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