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猫)’라는 단어는 ‘자고 있는 아이’가 어원이라는 설이 있다. 고양이의 수면시간은 하루에 다 큰 것은 12~14시간, 새끼는 더 긴 20시간 정도다. 고양이도 개도 어릴 때는 잠이 많아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곤히 잠들어 있는 고양이나 개를 옮겨 여러 마리를 일렬로 늘어놓거나 똑바로 눕혀 놓은 상태에 찍은 사진이나 영상이 소셜미디어서비스(SNS), 광고 등에 소개돼 인기를 모은다.
고양이는 다른 야생 동물과 마찬가지로 원래는 수렵 생활을 했다. 밤에 사냥을 하기 때문에 낮에는 체력을 소모하지 않도록 긴 잠을 잔다. 야생의 세계에서는 언제 적의 공격을 받을지 몰라 얕은 잠, 즉 렘 수면 비율이 80%나 된다고 한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는 사냥을 하지 않아도 주인이 먹이를 주고, 적에게 습격당하는 걱정도 없다. 그래서 본래는 야행성임에도 인간의 삶에 맞춰 대낮에 활동을 한다. 그리고 한 밤 중에는 인간과 함께 잔다.
우리 집 고양이들도 부부가 잠자리에 들면 부랴부랴(いそいそ) 와서 함께 잠을 청한다. 그래도 가끔 야생성이 살아나는지 한밤중에 일어나고 행동할 때가 있는 듯 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침대 위에 잡아 온 사냥감(고양이 장난감)이 있다. 그런 날 아침은 조금 졸린 것 같아 늦잠을 자고 있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고양이는 자신의 기분 좋은 장소를 찾는 데 천재다. 계절이나 하루 중 집안에 햇살이 어디가 많고 적은지 최고의 장소를 귀신같이 찾아낸다. 여름은 타일이나 바닥 등 시원한 곳을 찾아 눕고, 추워지면 소파나 이불 위에 자리를 잡는다.
고양이의 매력 중 하나는 인간에게 비유를 맞추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의지로 행동한다는 점이다. 내가 함께 자려고 침대까지 억지로 안고 데려가더라도 자신이 싫으면 금방 사라진다. 물론 어떤 때는 내 가슴 위에서 자고 있을 경우도 있다. 가슴이 답답해 눈을 뜨면 고양이의 얼굴이 코앞에 있어 깜짝 놀라곤 한다. 그럼에도 상대(고양이)는 시치미를 뗀 채 잠을 자며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무거운 고양이의 침대가 됐다는 게 기분이 좋은 건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고양이가 나의 곁에서 잠들어 있다는 기쁨도 있다. 마조히스트(マゾヒスト·상대에게 학대 받으면 쾌감을 느끼는 것) 적인 느낌이랄까.
나는 고양이가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참곤 한다. ‘왜 오늘은 여기서 자고 있는 걸까’라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날부터 조금씩 추위가 찾아왔음을 알게 된다. 따뜻하고 기분 좋은 장소로 내 몸 위를 선택한 셈이다. 역시 고양이는 이기적(自分勝手·제멋대로)이다.
최근 동물 사진가 이와고 미츠아키(岩合光昭) 씨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고양이를 촬영한 TV 프로그램을 봤다. 전쟁의 화염이 아직 남은 거리에서 고양이를 촬영한 그의 얘기는 인상적이었다.
“전쟁 중에 고양이는 어디론가 사라지지만 전쟁이 끝나면 어디에선가 돌아온다. 고양이가 거리에 있는 것은 평화다.” 그의 말대로 라면, 가족 내부에서 싸움이 시작되면 고양이들은 계속 없게 되는 걸까.
고양이는 자유롭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평화를 갈구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고양이가 옆에 있는 평화임에 감사하고 싶다.
▼ 필자 카이세 히로미 씨는?
2012~2015년 서울 거주. 연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뒤 궁중 요리를 배우는 등 한국 문화를 좋아했다. 집에서 비비와 하루 두 고양이와 지낼 때가 최고의 시간이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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