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르코르뷔지에 특별 기념전’에 다녀오면서 르코르뷔지에의 도록을 한 권 사왔다. 1887년에 태어나 1965년에 세상을 뜬 르코르뷔지에는 현대 건축의 아버지다. 그는 1층에 빈 공간을 두는 필로티와 자유로운 입면과 평면, 수평 창, 옥상정원 등 ‘현대 건축의 5원칙’을 확립했다. 실용성과 혁신성을 바탕으로 한 건축물로 세계적인 명성을 누렸다. 세계 곳곳에 있는 그의 건축물 중 일부는 현대 건축물로는 예외적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르코르뷔지에의 최고 역작을 꼽으라면 프랑스 마르세유에 있는 ‘위니테 다비타시옹(Unit´e d‘Habitation)’을 들고 싶다. 위니테 다비타시옹은 ‘대규모 집합 주거건축물’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세계 최초의 현대식 아파트이다. 르코르뷔지에는 위니테 다비타시옹에 주거 공간 이외에도 상업 공간, 테라스, 체육관, 계단식 소극장 등을 배치했다. 요즘 말로 설명하면 주상복합아파트다.
위니테 다비타시옹이 최고로 꼽히는 건 ‘인간을 향한 건축’이라는 그의 건축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곳곳 역시 폐허가 됐고 주택 부족이 심각한 사회문제였다. 이에 당시 프랑스 정부는 그에게 살 집을 요청했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위니테 다비타시옹이다.
오늘날 한국에서 아파트는 서민을 울리는 ‘그림의 떡’이 됐다. 연일 하늘 높이 치솟은 아파트값은 떨어질 줄 모르고 아파트 한 채를 얻기도 버거워 발만 구르는 처지에 놓인 서민들이 대다수다.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며 출범한 새 정부에서 위니테 다비타시옹에 버금가는, 서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고 북돋아줄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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