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떠나 사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본 한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6일 03시 00분


‘한민족디아스포라전’ 7월 23일까지

연극 ‘용비어천가’에서 한국 문화에 대해 풍자하는 장면. 국립극단 제공
연극 ‘용비어천가’에서 한국 문화에 대해 풍자하는 장면. 국립극단 제공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한인 극작가 5명의 대표작으로 구성된 ‘한민족디아스포라전’이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과 소극장 판에서 열린다. ‘디아스포라’는 고국을 떠나 흩어져 사는 사람들을 뜻한다.

연극 ‘용비어천가’(11일까지·오동식 연출)는 미국에서 주목받는 영진 리의 작품으로, 아시아인과 아시아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실험적으로 다뤘다. 배우들은 인종차별적 발언을 쏟아내며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게 만들고, 도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다.

‘이건 로맨스가 아니야’(18일까지·부새롬 연출)는 어릴 적 헤어진 두 남매의 재회를 통해 입양과 이별, 죄책감을 긴장감 있게 그렸다. 극본을 쓴 인숙 차펠은 두 살 때 영국으로 입양됐다.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차펠 씨는 “남매가 자신의 모습을 서로의 얼굴에서 발견하면서 이끌리는 과정을 그렸다”며 “입양아로서의 경험을 일부 반영했지만, 극 중 동생을 만나는 여주인공 미소와 달리 나는 친가족을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입양은 어떤 이에게는 아주 큰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화, 언어, 성격, 입맛 등의 차이로 아버지와 소통하지 못했던 재미교포 2세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애잔하게 그린 줄리아 조의 ‘가지’(22일∼7월 2일·정승현 연출)도 무대에 오른다.

두 살 때 미국으로 이주한 미아 정 작가가 쓴 ‘널 위한 날 위한 너’(30일∼7월 16일·박해성 연출)는 탈북을 시도한 민희와 준희 자매를 통해 현실과 환상을 버무렸다. 동생 준희는 뉴욕에 도착하지만 언니 민희는 우물에 떨어져, 북한과 뉴욕을 오가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캐나다에서 연극과 시트콤으로 큰 인기를 끈 인스 최 작가의 ‘김씨네 편의점’(7월 13∼23일·오세혁 연출)도 상륙했다. 캐나다 이민자 1.5세인 최 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편의점 주인 미스터 김과 그의 가족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세대 간 갈등과 고민, 화해를 코믹하게 풀어냈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이 작품들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정체성의 지평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석 3만 원. 1644-2003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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