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컴퓨터의 아이튠스 곡 목록(사진)을 싹 다 비우고 하나씩 다시 끌어넣었다. 들으면서 마음 번잡해지지 않을 곡만. 베토벤 현악4중주 전곡. 기돈 크레머의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글렌 굴드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망설임 없이 다시 넣은 건 그게 다였다.
그것만 한 달 넘게 돌려 듣다가 토요일 오후에 음악 폴더를 열어놓고 10년 가까이 아이튠스에 쌓아뒀던 곡 목록을 하나하나 다시 살폈다. 30년 전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해 16년 전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조금씩 모은 음반에서 파일로 추출한 곡이 대부분이었다. 대중음악도, 재즈도, 클래식도. 낡은 플레이리스트였다.
“노래하는 걸 좋아한다”고 오랫동안 말하고 다녔다. 분수 모르는 소리였다. 더 좋지 않은 건, 수십 년 전 만들어진 노래들만 거듭 듣고 부르면서 그 시절 감정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거였다. 오래된 노랫말에 너무 오래 갇혀 있었다. 한동안 계속 가사 없는 곡만 들을 생각이다. 마음을 싹 비우고 새로 갈아 넣을 순 없겠지만, 설거지는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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