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은 프리랜서 VJ여기 101명의 소년이 있었다. 춤과 노래는 기본, 거울을 보며 윙크와 애교까지 연습하는 남자들. 그들의 꿈은 아이돌이다.
아이돌을 꿈꾸는 남자들이라…. 왠지 잘 그림이 그려지질 않는다. “다음 참가자∼” 했을 때, 기타 하나 메고 수줍게 등장하는 싱어송라이터는 아닐 테고, 돈과 좋은 차와 여자를 외치는 힙합퍼였다면 이미 ‘쇼 미 더 머니’ 나갔겠지? 크게 기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우려를 비웃기나 하듯 ‘프로듀스 101’ 시즌2는 19대 대통령 선거 이후 가장 화제의 투표로 등극했으니, 그 현장으로 가시죠!
“사실 보게 된 계기는, 약간 불순했죠.” 노태현 연습생에게 현생을 올 베팅할 만큼 푹 빠져 있다는 A 양의 사연은 이랬다. 그녀는 시즌1의 애청자였다. 여성 아이돌을 뽑는 시즌1은 그야말로 외모 품평회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 멤버가 수려한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남초 커뮤니티에서 외모적 악플에 시달리는 걸 보며 그녀는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 이제 남자 편이다. 두고 보겠어.” 그런데 그만, 역으로 빠져 버렸다고, 신기한 점은 이런 여성 시청자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거다.
내가 국민 프로듀서가 된 계기는 공짜로 얻어 마신 밀크티 때문이었다. (시청자들이 직접 투표로 멤버들을 정한다는 의미로, 시청자를 국민 프로듀서라고 부른다.) “김상균 연습생이 선착순 101명에게 밀크티를 쏩니다!” 우연히 들른 학교 앞 카페에서는 팬들의 모금으로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종이컵에는 연습생 얼굴의 스티커와 “소중한 한 표 부탁드려도 될까요?”라는 멘트가 쓰여 있었다. 세상에나, 그건 분명 사랑이었다.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그런 사랑. 그래서일까, 특정 연습생의 본격적인 팬이 된다는 전문 용어는 ‘입양’이었다. 그 사랑이 궁금해서 본 지 이틀 만에 나는 엄마(?)가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생활형 데뷔 프로그램의 변수다. 누가 어떤 포인트에서 사랑받을지 예측할 수 없다는 거. 사람들은 정말 별거 아닌 거에도 마음을 뺏긴다. 외모? 물론 아이돌이기에 가장 중요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실력? 시청자들은 냉정하지만 동시에 감정적이다. 결과로만 판단되는 시험이 아닌, 과정이 생중계되는 방송이다. 서사를 만들어 몰입시킨 뒤, 드라마틱한 감정을 이끌어 내는 게 프로그램의 목적. 그러려면 성장해야 한다.
그래서 초반에 카메라에 잡힌 연습생들은, 잘 못했던 친구들이 많다. 카메라는 돌아가는데 몸은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지, 선생님은 혼내고 경쟁자들은 보고 있지. 하지만 그 붉게 상기되는 순간이 사실 화면 너머에서는, 서사의 주인공으로 거듭날 기회라는 것을, 서바이벌의 한가운데 있는 당사자들은 체감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삶이 그대를 힘들게 할지라도 너무 슬퍼하지 말기를, 운명 따위는 내가 다 바꿀 수 있으니까.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이 잔인하다고 했다. 모든 비판에 동의한다. 하지만 어차피 잔인한 세상, 한때나마 마음 둘 곳을, 사랑할 일들을 만들어 준 것에 그저 감사할 뿐.
이번 주면 이 여정도 끝이 난다. 이제 꿈에서 벗어날 시간. 그래서 국민 프로듀서로 산다는 건 어땠냐고요? 그건, 우울할 틈이 없는 삶이었습니다. 덕질하느라 바빠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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