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서울국제도서전 개막 현장
확 달라진 행사장 관람객 북적… 주최측 “기대이상 반응에 보람”
“이건 그냥, 1980년생 내 아내 얘기다. 순식간에 읽고 나서 ‘아내한테 더 잘해야지’ 생각했다.”(‘1982년생 김지영’·민음사)
“시간이 없다고요? 너무 늦었다고요? 도전하고 싶었지만 쉴 틈 없는 일상 속에 용기 나지 않았던 일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용기를 얻어 보세요.”(‘다시 피아노’·포노)
각각 문학전문서점 ‘미스터 버티고’와 음악전문서점 ‘라이너 노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책 띠지의 글귀다. 경기 고양시와 서울 마포구에 자리한 이 두 책방 사람들과 개성 만점의 추천서 띠지를 14∼18일 열리는 제23회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올해 주제를 ‘변신’으로 내세우며 “유명무실했던 최근 수년과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주최 측의 호언은 허언이 아니었다. 이날 도서전 개막을 맞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 전시장에는 처음으로 중소 규모 서점과 출판사를 행사 중심에 내세운 변화를 확인하려 몰려든 관람객들로 온종일 북적였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해마다 도서전에 참여해 왔지만 평일 오전부터 일반 관람객이 이렇게 많이 찾아온 건 처음이다. 독특한 색깔의 독립서점을 초청해 편안하게 책을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넓히려 한 관계자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보여 기쁘다”고 했다.
강원 속초시에서 온 동아서점 부스에서 책방 주인 김영건 씨가 쓴 에세이집 ‘당신에게 말을 건다’를 구매한 뒤 곧바로 저자 사인을 받은 관람객 김민희 씨(31)는 “속초 여행 갔을 때 서점을 찾아가보고 페이스북 팔로잉도 했지만 쑥스러워서 주인에게 말을 걸어보지는 못했는데 여기서 대화를 나누게 되니 반갑고 즐겁다”고 말했다.
반신반의하며 행사 초청에 응한 서점 관계자들도 한결같이 “기대 이상으로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박미리새 라이너 노트 이사는 “출판사 중심 행사에 들러리만 서는 게 아닐까 했는데, 오히려 도서전에 참여하지 않은 출판사의 좋은 책을 우리 서점을 통해 소개할 수 있어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중소 출판사들도 저마다의 독특한 색깔을 알리려는 시도를 선보였다. 문학전문지 ‘쓺’을 발행하는 문학실험실은 “책은 전시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주제로 시인과 미술 작가가 협업한 설치작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번 행사 기획을 맡은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전에는 매출 기대가 큰 어린이책 코너가 행사장 중심을 차지하다 보니 아무래도 분위기가 번잡했다. 잘 팔리는 책뿐만이 아닌 다종다양한 책을 선보일 수 있게 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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