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경우엔 메시지 혹은 주제의식이었다. 화려한 미장센이나 흥미로운 내러티브는 중요하지 않았다. 고로 영화 ‘곡성’이나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을 보고 엄지를 치켜세우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최근 영화 ‘악녀’를 보고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다. 이 영화의 경우 시나리오와 별개로 화려한 액션만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동감한다. 인물이나 설정은 낡았고 메시지는 진부했지만 장면들은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악녀’는 제대로 된 오락 영화였다.
동서고금의 철학자들이 탐구해온 행복의 시작이 결국 오락은 아닐까. 오락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이 곧 행복으로 이어진다면 말이다. 행복을 견인하는 ‘마차’ 격인 오락은 아주 근사한 창작임에 틀림없다.
오락을 내려다보는 분위기에서 평생 오락을 만들었던 만화가 허영만의 말이다. “일단 재밌어야 사람들이 눈을 떼지 않을 거 아냐. 그래야만 하고 싶은 말도 할 수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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