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카페]아태지역 군사훈련 급증에 따른 위험성 경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6일 03시 00분


中 국방대학원 리다광 교수 ‘전쟁에서 가까워졌나 멀어졌나’

“비록 평화 시기지만 칼과 창을 창고에 넣고 말을 들에 내놓고 안심할 때가 아니다.”

중국 국방대학원 리다광(李大光) 교수가 최근 출간한 ‘전쟁에서 가까워졌나 멀어졌나’는 이렇게 화두를 던진다. 이어 “21세기 접어들어 중국 주변의 군사훈련이 늘어나고 복잡해지는 것은 전쟁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경고한다.

중국은 1979년 2월 베트남과 국지전을 벌인 이후 접경한 14개국 어느 국가와도 무력 충돌을 빚은 적이 없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전쟁을 치른 것처럼 대규모로 병력을 해외에 파병해 무력 충돌에 개입한 적도 없다. 중국을 상대로 무력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도 거의 없을 정도로 중국은 군사 강대국이 됐다.


그럼에도 ‘전쟁에서…’는 당당왕(當當網) 등 주요 인터넷 서적 판매 사이트 판매 순위에서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중국인들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지형이 냉전 종식 이후 어느 때보다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여기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책은 최근 10여 년 새 아태 지역이 세계 어느 곳보다 군사훈련이 급증했다며 각 훈련의 규모, 배경과 목적 등을 상세히 분석한다. 리 교수는 중국 주변 군사훈련에서 보이는 네 가지 특징으로 △규모가 커지는 점 △특정 대상국을 지향하고 있는 점 △테러 등 비전통적 안보 불안 요인이 늘어나고 있는 점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훈련이 늘어나고 있는 점 등을 들었다.

중국 주변에서 군사훈련이 많아지게 된 요인으로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음을 든 부분이 눈에 띈다. 한미 간 키리졸브 훈련 등 다양한 형식의 군사훈련이 한반도 긴장을 높이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다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사 실험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최대 도발 요소가 되고 있는 점에 대한 지적은 없다.

이 밖에도 인도와 파키스탄 갈등이 단기간에 완화되기 어려운 점,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에서도 테러가 지속되고 있는 점 등도 군사훈련의 필요성을 높이는 요소로 지목됐다.

리 교수는 미국이 글로벌 전략의 중심을 아태 지역으로 옮겨 군사훈련을 선동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미일 군사훈련이나 미국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군사 훈련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군사훈련을 통해 패거리를 만들어 중국에 대응하거나 중국을 억제하려는 것은 냉전적 사고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러시아와의 ‘평화 사명’ 훈련이나 ‘상하이협력기구 연합훈련’ 등 중국이 주변국과 진행하는 훈련도 소개했다. 다만 이 훈련은 ‘테러, 분열주의, 극단주의’라는 세 가지 세력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훈련을 통한 무력 과시가 주변국들에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점은 간과했다.

중국은 지난해 말 첫 항모 랴오닝함까지 동원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입체적인 훈련을 벌이고 대만을 한 바퀴 돌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동남아 국가의 군비가 증가하고 훈련이 늘어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중국의 군사 외교적 공세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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