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와 주방, 거실이 한데 연결돼 있는 1층은 자동차가 인테리어 소품이 되는 가족의 공동 공간이다. 차고 안에는 그의 애마인 혼다S660, 애칭 융뉴기가 자리하고 있으며, 천장 면이 통째로 빛나 차의 실루엣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연출해주는 바리솔 조명을 달아 차를 감상하는 재미가 크다. 차고 벽은 콘크리트 컬러의 백페인트 글라스로 마감해 아이와 마커로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다.
1 심플한 블랙 & 화이트 컬러에 나무로 만든 차고 문이 포인트인 개러지 하우스 외관. 부지 안에 모두 3대의 차를 세울 수 있다. 2 차고 옆에는 김 씨의 요새인 특별한 작업실이 있다. 차고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어 외부와 완벽하게 분리되고, 통유리를 통해 노란색 슈퍼패션카가 시원하게 보인다. 3 집의 주인장인 김준선 씨와 박경아 씨 부부. 거실 소파에 앉으면 집을 감상하는 재미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오른쪽을 바라보면 주방과 차고가 보이고, 정면을 보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중정, 왼쪽을 바라보면 데크로 마감한 마당이 보인다.
집에 대한 로망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에게는 단순히 휴식의 공간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의 꿈을 펼치는 드림 하우스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팔지 않는 희귀 차를 가져와 직접 국가 인증을 받았을 만큼 주변에서 자동차 덕후로 소문 자자한 김준선 씨는 집 안에 차를 주차하는 기상천외한 단독주택을 현실화하며 자신의 꿈을 이뤘다. 얼마 전에는 좌충우돌 집짓기 프로젝트를 정리한 책 <차덕후, 처음 집을 짓다>를 펴냈다.
김씨에게 자동차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생의 동반자 같은 존재다. 일본 자동차 디자인 회사 출신인 그는 영국 BBC 한국판 에디터로도 활동했으며, 다채로운 자동차 스토리를 소개하는 포스트(post.naver.com/erinsgarage)를 운영 중이다. 그의 포스트는 네이버 포스트 자동차 최초로 1만 팔로어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가 개러지 하우스를 꿈꾼 건 일본 유학 시절부터다. 중국집 배달원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던 당시, 어느 책방 구석에서 실내 주차 주택에 관한 잡지를 접하고 충격에 빠졌다. 어떤 집은 차고와 음악감상실이 한 공간에 있었고, 어떤 집은 강화유리로 된 마룻바닥 밑에 포르쉐가 주차돼 있었다. 자동차와 차고, 집을 한데 묶어놓으니 그야말로 환상의 비주얼이었다. 특히 집 안에 주차된 빨간색 스포츠카와 바로 옆 주방에서 차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식사 중인 부부의 모습이 담긴 사진에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그런 공간이 너무 부럽고, 너무 살고 싶어 언젠가 반드시 저런 집을 짓고 말리라 다짐한 그는 드디어 꿈을 이뤘다.
2층 구조로 된 그의 집은 1층에 차고가 있고, 그 옆에 거실과 주방이, 2층에는 부부 침실과 아이 방이 자리하고 있다. 차고와 실내 공간 사이에 전면 유리창을 설치해 거실이나 주방, 계단 등 집 안 어느 곳에서도 차가 보이며 함께하는 느낌을 준다. 비주얼적으로 실내에 차가 들어와 있어 놀랍지만, 배기가스로 인해 오염되거나 문제되는 일은 전혀 없다. 집 안에 차가 들어와 있다는 개념이 신선할 뿐, 심플하게 생각하면 차고 벽면을 유리로 바꿔놨을 뿐이기 때문이다.
개성 만점 개러지 하우스는 김 씨와 아내, 여덟 살배기 딸 단아와 진돗개 마리가 사는 집과, 어머니와 남동생이 사는 집으로 공간이 나뉘어 있다. 빠뜻한 예산으로 지은 탓에 아쉬운 부분이 조금씩 있어 살면서 하나하나 고쳐나갈 계획이다. 지금 작업실에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그의 옆에 사랑스러운 노란색 애마가 반짝이고 있고, 그 너머에 주방이 보이고 아내와 아이가 주방 옆에서 수다를 떨고 있다. 그가 오래전부터 꿈꾸며 그토록 바라던 광경이 진짜 현실이 됐다.
1 딸 단아의 방은 방 안에 다른 층을 만들어달라는 아이의 요구를 듣고 아빠가 직접 디자인했다. 복층 구조로, 마치 방 속 비밀의 공간처럼 침실을 겸하는 다락방을 만들었다. 2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에는 팀로드스튜디오 민성필 실장이 찍어준 딸과 함께한 ‘완소’ 자동차 사진을 걸어 포인트를 줬다. 3 6개월밖에 안됐지만 성견처럼 덩치가 큰 이 집의 마스코트 마리. 데크를 깔아 꾸민 마당에서 마음껏 뛰어논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