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켄스의 한국 블로그]“원더풀, 한국 지하철”

동아일보
입력 2017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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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람은 여행을 계획할 때 ‘트립 어드바이저’라는 웹사이트를 이용한다. 이런 사이트에서는 식당, 관광 명소, 박물관 등에 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 순위를 확인할 수 있다. 서울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는 것은 과연 뭘까?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 오래된 궁, 쇼핑 명소 등 다양한 후보가 떠오르지만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지하철이다. 깨끗하고 편한 데다 요금도 싸다는 의견이 많고, 문제가 있으면 주변 사람이 잘 도와준다는 등 좋은 평가가 많다.

한국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다소 놀란다. “1위라면 훌륭하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경복궁이 아닌가. 아니면 매력적인 야경을 다 볼 수 있는 남산 타워는 지하철보다 재미없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트립 어드바이저의 결과에 동의한다. 전에 한국에서 일하다가 다시 미국에 간 친구도 항상 제일 그리워하는 것이 대중교통이라고 한다.

나는 부모님, 학교, 일 등등 덕분에 지금까지 아주 다양한 나라를 경험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놀랍게도 그 나라들의 교통은 잘 기억이 난다. 이러한 교통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각 도시에 대한 인상을 설명할 수 있다. 고향인 워싱턴의 지하철은 넓지만 콘크리트로 된 벽이 음울한 분위기를 만들고 생명체가 살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뉴욕의 지하철은 오래되고 쥐들이 좋아할 만큼 더럽긴 하지만 역에서 즉흥 연주 같은 것도 많고 사람들의 흥도 느낄 수 있다. 도쿄의 지하철은 안전하고 시간을 잘 지키는 등 효율성이 좋은 것 같다.

서울의 지하철을 경험하다 보면 서울이나 한국의 특징도 발견할 수 있다. 아침이나 저녁에 타면 출근하는 사람들로 꽉 찬 열차를 타야 한다. 항상 피곤한 얼굴들은 한국의 힘든 일 문화를 표현한다. 늦은 밤이면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술 한잔했는지 빨개진 얼굴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도 볼 수 있다. 드라마를 보거나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스마트폰에 시선을 집중하는 사람은 한국의 디지털화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등산복을 입고 하이킹 스틱을 쥔 어르신들도 항상 볼 수 있다. 한국의 나이 많은 세대들의 열정과 활력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요즘 지하철역의 벽면에서는 프로듀스101 멤버를 응원하는 메모까지 볼 수 있다.

교통은 역사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이다. 바퀴의 발명부터 배, 기차, 비행기까지 교통의 발전이 사람의 일상을 바꿨다. 게다가 과거뿐 아니라 현재에도 교통 발전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은 미래를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교통수단을 선보인다. ‘제5원소’에서는 자동차가 공기로 날고, ‘백 투 더 퓨처’에서는 지면 위에 떠서 공중을 날아다니는 보드가 우리 관심을 끌었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기상천외한 교통수단이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 생각에 서울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미래의 교통수단에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서울에서 나는 아직 자동차가 없지만 올해 초에 서울시 교통정보시스템(TOPIS)을 견학했을 때 미래의 서울을 느꼈다. TOPIS로 버스와 지하철 교통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시스템은 이 정보를 통합하여 교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교통 정보는 누구나 이용 가능해서 서울시가 미래의 교통 도시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외국인 눈으로 보면 서울 지하철은 대단하지만 완벽하지 못한 점도 있다. 시설이 조금 오래되어 안전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고, 너무 붐비는 경우도 많고, 노인 무임승차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도 많이 나온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서울 지하철은 국제적으로 칭찬을 받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아지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쉽고 만족하며 쓸 수 있는 서울의 교통 시스템은 단연코 최고일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이 이러한 우수함을 유지하면 좋겠다. 출근을 하고 있거나 친구를 만나러 가고 있을 여러분도 조금은 더 행복하게 지하철을 타기 바란다.

토머스 마켄스 미국 출신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