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은 프로 오지라퍼]할머니의 부채와 ‘휴대용 선풍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9일 03시 00분


여름철 부채를 대신해 인기를 끌고 있는 휴대용 선풍기. 인터넷 화면 캡처
여름철 부채를 대신해 인기를 끌고 있는 휴대용 선풍기. 인터넷 화면 캡처
몇 년 뒤 부채라는 단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부채는 우리 선조들이 애용해온 생활의 소품이자 풍류의 상징이었다. 특히 더위가 시작되는 단오부터 한여름을 나기 위한 필수품이며 선물로도 주고받았다.

최근 부채의 자리를 휴대용 선풍기가 빠르게 차지하고 있다. 편의점뿐 아니라 거리의 많은 가게가 휴대용 선풍기를 팔고 있다. 다양한 디자인에 캐릭터 상품까지 등장해 초등학생부터 40, 50대까지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더위가 빨리 찾아오면서 휴대용 선풍기의 매출은 40∼80%까지 늘었다. 자연스럽게 거리에서 휴대용 선풍기를 든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가격도 1만 원 안팎으로 비싸지 않아 센스 있는 선물용으로도 인기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사라지는 것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채를 부치는 풍경으로 여름이 왔음을 실감하던 세상은 옛 풍경이 됐다. 얼마 전 지하철역 부근에서 알록달록한 무늬의 부채를 팔던 한 할머니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지나치지 못하고 부채 한 개를 사왔지만 한 달째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부채#휴대용 선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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