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야구장서 울려퍼진 ‘워어어어 어어어어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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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20년 만에 야구장에 갔다.

외국에서 손님이 왔는데 한국의 야구장 문화를 체험하고 싶다고 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랬나. 잠실야구장에 들어서자 응원가부터 신경 쓰였다.

‘시그널 보내/시그널 보내/찌릿 찌릿 찌릿 찌릿.’

3루 쪽 치어리더들이 트와이스의 ‘SIGNAL’에 맞춰 머리 위로 연신 손가락 안테나를 만든다. 그러자 1루 쪽 내야석에서 ‘우오오오∼’, 거대한 함성이 터진다.

‘워어어어 어어어어어어어∼’ 산등성 같은 곡선의 장엄한 멜로디…. 아니, 자세히 들어보니 레이디 가가의 ‘Bad Romance’(사진) 아닌가. 나쁜 소설처럼 거칠고 위험한 연애에 빠졌다는 ‘Caught in a bad romance’란 가사의 자리에 ‘LG 양석환∼’이 들어온다. 사람들이 어떤 노래에 열광하는 데는 선사시대 전쟁과 사냥에서 필사의 진격을 재촉하는 목소리에 대한 기억이 유전자에 잔존하기 때문이란 분석을 본 적 있다.

인공지능(AI) 작곡이 화두다. 언젠가 AI가 인류를 미혹시킬 절대 멜로디를 만들 것 같다. 피리 부는 사나이 전설처럼. 미래는 뜻밖에 찾아온다. ‘워어어어 어어어어어어∼.’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야구장#레이디 가가#bad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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