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실패한 지킬, 허당 캐릭터 매력 발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30일 03시 00분


연극 리뷰 / 술과 눈물과 지킬 앤 하이드

무명 배우 빅터(가운데·장지우)가 지킬 박사(왼쪽·김진우)에게서 하이드를 연기하면 얻게 될 이득에대해 듣고 있다. 티앤비컴퍼니 제공
무명 배우 빅터(가운데·장지우)가 지킬 박사(왼쪽·김진우)에게서 하이드를 연기하면 얻게 될 이득에대해 듣고 있다. 티앤비컴퍼니 제공
지킬 박사가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을 분리해 내는 약을 만들지 못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당장 내일이 연구 발표일인 데다 실패한 사실이 알려지면 지원금도 끊기는 상황이라면?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 앤 하이드’는 소설과 뮤지컬로 큰 인기를 끈 ‘지킬 앤 하이드’를 기발하게 뒤집었다. 연극 ‘웃음의 대학’ ‘너와 함께라면’, 뮤지컬 ‘오케피’를 쓴 일본 유명 희극 작가 미타니 고키의 작품으로 그의 내공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신약 개발에 실패한 지킬 박사(윤서현 김진우)는 급한 마음에 하이드를 연기할 무명 배우 빅터(정민 장지우)를 고용한다. 조신한 숙녀처럼 보이지만 실은 야한 소설을 즐겨 읽고 이를 실천(?)해 보길 꿈꾸는 지킬 박사의 약혼녀 이브(박하나 스테파니)가 ‘나쁜 남자’ 연기를 하는 빅터에게 매료되면서 상황은 꼬여 간다.

비장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약을 마셔도 변화가 생기지 않는 데다 약혼녀마저 빅터에게 사로잡히자 풀이 죽은 지킬 박사는 허당 캐릭터의 매력을 발산한다. 얼떨결에 나쁜 남자가 돼 예상치 못한 수난을 당하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하이드 연기를 이어가는 빅터는 짠하지만 웃음이 터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억누르고 있던 욕망을 앙큼하게 뿜어내는 이브, 상황을 해결하는 듯하면서도 이를 은근히 즐기며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지킬 박사의 조수 풀(박영수 장태성) 역시 극을 단단하게 떠받친다. 머리를 텅 비운 채 그저 유쾌해지고 싶은 이들에게 딱 맞는 작품이다. 8월 20일까지. 3만5000∼4만5000원. 1588-5212 ★★★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지킬 앤 하이드#술과 눈물과 지킬 앤 하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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