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여류’라는 편견에 묶인 여성 작가들을 위하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일 03시 00분


◇문학소녀/김용언 지음/236쪽·1만5000원·반비

‘문학소녀’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선입관이 깃들어 있다. 등단 문인을 꿈꾸는 ‘문학청년’이란 말은 있어도 여성형은 없으며, ‘문학소녀’의 남성형인 ‘문학소년’이라는 말도 없어서다. 저자 김용언 씨의 책은 이 ‘문학소녀’를 제목으로 삼았다. 미스터리 전문잡지 ‘미스테리아’의 편집장이지만, 그가 쓴 ‘문학소녀’는 장르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실재했던 여성의 이야기다.

숱한 여성 필자들 중에서도 저자가 주목하는 사람은 ‘전혜린’이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 등의 에세이로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던 필자다. 김 씨는 그의 글쓰기가 ‘문학소녀’들의 감수성을 건드리는 것으로만 여겨져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음에 주목한다.

저자는 서구에 대한 전혜린의 ‘미성숙해 보이는’ 동경을 1950년대 한국 사회에서 교육받던 여성의 현실과 연결지어 분석하면서 의미를 찾는다. 같이 공부를 하는 입장이면서도 가사와 육아를 도맡아 하고 유학생 남편을 뒷바라지해야 했던 전혜린의 유학생활을 복원하면서 결코 남성과 평등할 수 없었던 여성 지식인의 고통을 짚는 부분은 양성평등이 화두인 21세기에 도드라지게 와닿는 대목이다.

비현실적 감성 취향으로 치부되기도 했던 전혜린의 글에 대해 저자는 시대와 사회의 맥락을 함께 더듬으면서 가치를 부여한다. 전혜린뿐 아니라 많은 여성 작가들이 ‘여류’로 묶이면서 종종 편견에 시달렸던 게 사실이다. 그 같은 여성들의 대표단수로 여겨졌던 전혜린에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실은 자신의 존재 증명이었음을 읽어냈다는 점에서 저자의 조명은 의미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문학소녀#김용언#여류#전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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