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한’ 싱어송라이터 이효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5일 03시 00분


4년 만에 ‘BLACK’ 앨범내고 컴백… 전곡 작사-8곡 공동 작곡

싱어송라이터를 향한 가수 이효리(38)의 출사표는 설익었다.

4일 발표된 4년 만의 이효리 정규앨범, 6집 ‘BLACK’ 얘기다. 이효리는 신작에서 전곡(10곡)을 작사하고 8곡에 공동 작곡자로 참여했다. 6곡은 ‘10 Minutes’의 작곡가인 김도현이 이효리와 공동 작곡하고, 편곡 전반을 맡았다.

전작인 5집 ‘MONOCHROME’(2013년)에서 타이틀곡 ‘미스코리아’ 한 곡만 작곡했던 이효리는 그 곡에서 보였던 심심한 멜로디와 단선적인 가사를 이번에 넓게 펼쳐 놨다. 요즘 미국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의 힙합,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편곡을 인테리어로 들여 그럴듯하게 치장했지만 성긴 뼈대까지 감추긴 힘들다. 화끈한 대중성도 없다.

‘싱어송라이터라면 자기 얘기를 해야 한다, 또는 하고 싶다’에 대한 강박은 특히나 일차원적 가사로 표출된다. 화려하지만 불안했던 과거에 대한 회한은 ‘컬러 렌즈 뒤에 숨어 계속/이리저리 흔들린 건/내가 아니고픈 나였지’(‘BLACK’)로, 변화의 자연스러움에 관한 깨달음은 ‘밖에 놔둔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왜/아직도 변하지 않는 이상한 저 식빵’으로 은유된다.

4년 만의 이효리 신작 ‘BLACK’ 표지.
4년 만의 이효리 신작 ‘BLACK’ 표지.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편곡은 굉장히 프로페셔널한데 멜로디와 가사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아마추어 같은 가창력은 심각한 정도”라면서 “자기 얘기를 직접 써낸 것, 다양한 장르를 담아낸 것 정도가 장점”이라고 했다. 김윤하 평론가는 “음악적으로 높은 평가를 하거나 진보를 논하기는 어려운 음반”이라면서 “전작에서 컨트리풍의 음악가를 들이는 등 장르적 재미를 추구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면 이번엔 음악적 욕심보다 이효리라는 사람을 음악으로 그려내고 싶었던 듯하다”고 했다.

이효리의 강점은 이번에도 시각적 매력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사막 지역에서 촬영한 ‘BLACK’의 뮤직비디오에 대해선 호평도 나온다. 이대화 평론가는 “그리 화려할 것 없는 배경에서도 이효리 하나만으로 그림이 나온다”고 했다.

단색화나 흑백영화를 뜻하는 전작 제목 ‘MONOCHROME’도, 신작 제목 ‘BLACK’도 색채와 관련된 단어다. 이효리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절 설명하는 수식어에 컬러감이 많았다. 정열적 빨강, 상큼한 오렌지…. 그런 걸 다 걷어냈을 때 저는 어떨까, 있는 그대로 (사람들이) 좋아해줄까란 의문점이 생겼다”고 했다. “예전처럼 화사하지 못할 바엔 깊이 있게 가자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지우려면 과감했어야 했다. 깊어지려면 심해를 봤어야 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싱어송라이터 이효리#이효리 6집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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