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에 다닥다닥 붙은 A4 용지. 흔히 보이는 동네 부동산중개업소 외관이다. 매물 정보를 알리는 종이에는 그저 면적과 가격만 적혀 있다. 공간의 구성 방식이나 특징, 활용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책의 두 저자는 각각 건축과 도시설계를 공부한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위원이다. 이들은 사적 소유와 매매의 대상으로서가 아닌 ‘공공의 재화’로서 도시 공간과 경관이 지닌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말을 인용했다.
“모든 집에는 주인이 있지만 그 집의 외벽은 모든 사람의 것이다.”
지금 서울의 모습에서는 처음 이 도시가 움터 자리 잡는 과정에서 형성된 고유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랜 세월 동안 그 도시 속 공간을 ‘개인의 영역’으로 방치한 결과다. 이 책은 공간을 소유하려는 경쟁에만 몰입해온 현실을 반성하며 도시의 건물이 만들어내는 경관이 누구의 것인지 자문해 보도록 유도한다.
서울의 빌딩은 누구를 위해 그렇게 높이 솟아오른 걸까.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관광지 기념품점에서는 그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그려 넣은 수첩과 냉장고자석을 판매한다. 도시 중심부에는 높은 빌딩 숲이, 변두리에는 야트막한 주택가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이미지다. 울쑥불쑥 솟아오른 욕망이 절제 없이 나열된 서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왕 이루어진 서울의 현재 모습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수는 없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들은 “건물 높이 관리야말로 우리가 이제부터라도 꼭 지켜야 할 서울에 대한 예의이자 의무”라고 썼다. 변화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포기할 까닭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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